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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쑥

zarashin 2007. 12. 10. 09:49

/차 정금(샘이깊은물 발행인) 사진/하 지권(샘이깊은물 사진 기자)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쑥도 염색 재료로...

꽃샘추위가 누그러지고 따스한 봄바람이 옷섶에 머무는 듯하다가 봄볕이 한층 따뜻하고 눈이 부실 정도가 되는 사월 하순부터 오월 중순께까지 우리 어머니는 섬진강 강둑으로, 문척 오산 기슭으로 쑥을 뜯으러 다니고는 했다. 그렇게 뜯은 쑥은 명절과 제사 때 두고두고 쓸 수 있었다. 나 또한 날씨도 따스하고 밖으로 나가는 재미에 쫄랑쫄랑 따라 나서고는 했는데 강둑에 똬리를 틀고 볕을 쬐고 있는 뱀을 보고 혼비백산하여 줄행랑치던 기억이 아련하다.

한 자루 가득 쑥을 뜯어서 집으로 돌아오면 어머니는 쑥 한 줌을 얼른 씻어 멥쌀가루에 소금과 설탕을 넣고 시루에 헝겊을 깔아 쑥버무리를 해주시고는 했다. 향긋한 쑥내음이 코끝에 느껴지면서 쌉싸래하고 달콤한 맛의 따뜻한 쑥버무리는 참 맛이 있었다.

서울로 시집을 온 뒤 한 번 쑥버무리를 만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옛 맛이 나질 않았다. 솜씨, 입 맛, 재료들 같은 복합적인 까닭에서일 것이다. 어릴 적 정겨웠던 추억도 한 몫 거들었지만 쑥은 이른 시기에 염색을 해야 제 빛깔인 쑥색으로 물을 들일 수 있으므로 이번 오월에는 쑥으로 염색을 해보기로 하였다.

쑥은 오월 초순 안에 염색을 하면 쑥색을 얻을 수 있지만 채취하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쑥색이 점점 약해지고 갈색으로 염색이 된다. 또 자연의 순리에 맞게 자란 쑥과 온상에서 자란 쑥은 일조량의 차이 때문에 염색을 했을 때 그 빛깔이 달라진다. 또한 생쑥일 때와 말린 쑥일 때도 차이가 나는데, 염색을 해보면 생쑥은 쑥색으로, 말린 쑥은 갈색으로 염색이 된다.



약재로, 음식 재료로 쓰여

쑥으로 물들인 명주. 왼쪽 녹색 빛이 도는...

쑥은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뿌리줄기가 옆으로 기면서 자라고 줄기와 잎 뒷면에 흰 털이 있다. 칠월부터 구월 사이에 줄기 끝에 두상꽃차례로 무리 지어 연분홍색 꽃이 피는데 하나의 꽃차례가 하나의 꽃처럼 무리 지어 달린다.

고조선의 건국 설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곰이 사람이 되기 위하여 쑥 한 다발과 마늘 스무 개를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만큼 쑥은 신비한 약효를 지닌 식물로, 귀중한 약재로 여겨져왔다. 약으로 쓴다 하여 쑥을 약쑥이라고도 부르는데, 단오를 즈음해서 줄기와 잎을 뜯어서 말린 것을 "약애"라 하여 복통, 지혈, 구토를 다스리는 데 썼고, 잎만 말린 것은 "애엽"이라고 해서 약한 상처에 잎의 즙을 바르기도 하였다. 또 말린 쑥은 뜸을 뜨는 데 쓰였고, 성냥이 발명되기 전에는 말린 쑥을 부싯깃으로 쓰기도 했다. 지금도 한여름에 시골에 가면 말린 쑥을 태워 매큼한 연기를 자욱이 내뿜어 모기를 쫓기도 한다. 옛날에는 집에 귀신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단오에 말린 쑥을 집에 걸어두기도 하였고, 우리 민속에는 단옷날 쑥으로 호랑이를 만들어 신하들에게 내리는 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쑥은 약재로뿐 아니라 음식 재료로도 많이 이용되어왔다. 어린 쑥잎으로는 국을 끓이고, 쑥을 멥쌀가루에 넣어 절편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설에는 찹쌀가루에 쑥을 넣어 찧어서 쑥인절미를 만들어 먹었다. 쑥인절미는 여느 인절미에 견주어 쉬 굳지는 않지만 어쩌다 굳은 쑥인절미를 화롯불에 구워 말랑말랑해진 다음 조청에 찍어 먹으면 참 맛이 있었다.

또 쑥을 차로 만들기도 하였다. 어린 쑥을 한 바구니 뜯어 무쇠솥에 덖어 멍석에 비비고 뭉친 쑥을 골고루 털어 다시 무쇠솥에 넣고 덖고 비비기를 몇 차례 되풀이하여 만든 쑥차를 뜨거운 물에 우려 마셨다. 쑥차는 몸을 덥게 하고 생리 장애, 복통, 설사 들에 좋다고 하지만 만병통치약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너무 오랫동안 먹을 경우 대변이 묽어지고 설사가 나는 들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공중 목욕탕이나 찜질방에서는 말린 약쑥을 이용하여 목욕하거나 온찜질을 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각종 병과 피부 미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향긋한 쑥으로 물들이기

오늘날에도 쑥은 이처럼 약재로, 음식 재료로 쓰이지만 염색 재료로도 쓸 수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쑥의 종류는 삼십여 종에 이르는데 이들 모두를 염색에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약쑥, 인진쑥, 산쑥, 참쑥, 덤불쑥 들을 염색에 쓸 수 있다. 이들 가운데서도 염색이 가장 잘되는 쑥은 인진쑥이다.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쑥도 물이 잘 드는 편이다.

쑥으로 염색을 하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먼저 생쑥을 갈아서 생즙으로 물들이는 방법, 생쑥을 끓여서 물들이는 방법, 마른 인진쑥을 끓여서 물들이는 방법 들이다. 이 달에는 이 세 가지 방법을 모두 소개하려 한다.

쑥이 제철인 요즈음 쑥으로 모시나 명주에 직접 물을 들여보자. 행복을 큰 데서 찾는 이가 아니라면 향긋한 쑥내음이 코를 스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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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으로 물들이려면

잿물 이 리터를 넣은...
생쑥 육백 그램을 물을 조금씩 부어...
사월에 뜯은 쑥, 오월 초순 안에 뜯은 쑥...

1. 생쑥즙으로 물들이는 법

먼저 생쑥 육백 그램을 물을 조금씩 부어가면서 간다. 곱게 간 쑥즙을 베주머니에 넣고 짜서 이십 리터의 즙을 만든다. 이 즙에 잿물 이 리터를 넣고 잘 저어준다. 여기에 물들일 천을 담가 잘 주물러준 다음 동 매염을 해준다.
이렇게 세 번 또는 네 번을 되풀이하여 물을 들이면 쑥색으로 아름답게 염색이 된다. 동 매염을 할 때 매염제의 양은 섬유 무게의 삼 퍼센트를 쓰는데 이때 뜨거운 물에 녹여 후매염한다. 그런 다음 천을 중성세제에 십 분 동안 담갔다 헹구면 된다.

생쑥을 갈아서 물 이십 리터에 탄산칼륨...
식초를 십 시시 정도 넣어 피에이치...

2. 생쑥을 끓여서 물들이는 법

생쑥 육백 그램을 갈아서 물 이십 리터에 탄산칼륨 십 그램을 넣고 피에이치 구로 맞춘 뒤 끓인다. 이것을 밭쳐 쑥물을 얻는다. 그 쑥 찌꺼기를 끓이고 밭치기를 두 번 되풀이하여 사십 리터의 쑥물을 만든다. 이 쑥물은 탄산칼륨을 넣어 끓여서 알칼리성이므로 식초를 십 시시 넣어 피에이치 육의 약산성 염액으로 만든다. 약산성 염액에 명주를 담가 이십 분 동안 염색한 뒤 두 번 헹구고 이십 분 동안 매염한다. 진하게 염색하고 싶으면 진한 염액을 따로 두었다가 염액에 더 넣어 두세 번 염색한다. 하루에 세 번 이상 염색을 하면 섬유가 염액을 흡수하는 데 포화 상태가 되므로 잘 말려두었다가 한 주일 뒤에 다시 염액을 만들어 염색한다. 이렇게 하면 진하게 염색할 수 있다. 쑥을 갈지 않고 쑥을 그대로 끓여서 써도 된다.

말린 인진쑥. 생쑥을 썼을 때보다...
 말린 쑥에 탄산칼륨을...

3. 말린 인진쑥으로 물들이는 법

말린 쑥을 끓여 염액을 만들면 생쑥을 썼을 때보다 더욱 진한 염액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쑥색보다는 갈색이 강하다.
마른 쑥에 탄산칼륨을 조금 넣어 피에이치 구로 맞춘 뒤 끓인다. 이때 리트머스 시험지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세 번 정도 끓여 사십 리터의 염액을 만든 뒤 식초를 넣어 피에이치 육이 되도록 약산성 염액을 만든다. 이 염액에 명주를 담가 이십 분 동안 염색을 하고 헹군 뒤 이십 분 동안 매염을 한다. 다시 염색을 할 때에는 매염제가 남자 않도록 세 번 이상 헹구어낸 뒤 염색한다. 염색하는 방법은 염색-헹굼-매염-헹굼-염색-헹굼-매염-헹굼의 순서를 되풀이한다.

 

 

동 매염을 한다.

4. 매염제

매염제는 명반, 주석에 구연산을 넣은 매염제와 초산동, 철 들을 썼다. 명반이나 주석 매염을 했을 때는 밝고 푸른 노란색을 내고, 동 매염에서는 푸른 녹색, 철 매염은 갈색으로 변화하였다.
자연 염료를 써서 염색을 하다보면 특별한 십여 가지의 재료를 빼고는 황색 계열의 색을 내는 경우가 많다. 이때 매염제를 달리 써서 색의 변화를 주기도 하고, 염색을 되풀이하여 옅은 색에서 점점 짙은 색을 냄으로써 색의 변화를 주기도 하며, 복합염으로 그 사이의 중간색을 내기도 한다.

 

 

 

출처 : 장미의방
글쓴이 : 장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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