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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삼베

zarashin 2007. 12. 10. 09:42
 
 

우리가 삼베를 입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 되었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 마의태자는 당시 서민들만 입던 삼베옷을 입고서 나라 잃은 슬픔을 달랬다. 신라 유리왕 때부터 시작된 두레삼은 마을 아녀자들의 우의를 다지는 장이 되기도 했다.

베는 삼이라는 식물의 줄기를 가늘게 찢어서 베틀에 짠 천을 말하는데「마(麻)」또는「베」라 부르기도 한다. 삼은 주로 온대지방과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삼과의 1 년초 식물. 그 껍질의 안쪽에 위치하는 인피섬유(靭皮纖維)를 이용하여 삼베 직물을 만드는데, 삼베의 섬유는 자연 섬유 중 섬유질이 가장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삼베는 면사보다도 섬유의 강도가 10 배 정도 강하다. 의류나 침구류로 주로 쓰이지만 로프, 그물, 모기장 등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삼베의 역사와 삼베 수의의 유래

우리가 삼베를 입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 되었다. 삼베는 고조선 시대에 우리나라에 도입되어, 통일신라 시대부터는 모시와 삼베로 분리 직조되었다고 한다.

모시풀의 줄기 껍질로 만드는 모시와 삼 껍질로 만드는 삼베는 모두 식물의 섬유를 가지고 만든다는 점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지만, 모시의 올이 삼베의 올보다 더 가늘고 섬세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 다르다.

그래서 모시는 고급 한복감으로 사랑을 받는 반면, 삼베는 여름철 의복, 요잇, 홑이불, 배갯잇 등 그 쓰임이 보다 더 다양하다.

이후 중국의 동월(董越)이라는 사람은《朝鮮賦(조선부)》에서「布而織麻(포이직마)」라고 말했는데, 이는 곧「조선의 직물(布)은 마로 만든다」는 것으로 면(綿)이 일반화되기 이전에는 삼베가 가장 많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에도 4 년마다 윤년 윤달이 찾아오면 부모님께 삼베 수의를 장만해 드리는 사람이 많다. 임시로 끼워 넣은 인위적인 월력법인 윤달은 걸릴 것도 없고 탈도 없는 달이라 하여 보통 윤달에 수의를 선물하면, 부모님이 건강하게 장수하고 자손이 번창하게 된다고 믿어왔다.

삼베를 수의용 직물로 사용하게 된 것은 935 년 신라 시대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마의태자는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가누지 못하고, 당시 서민들이 즐겨 입던 삼베옷을 입은 채 개골산(지금의 금강산)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에서부터 상(喪)을 당했을 때는 삼베옷을 입고 망자(亡者)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는 상복(喪服)의 풍습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삼베의 놀라운 효능과 기능

그런데 누런 삼베를 수의로 고집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혜로운 우리 조상들은 삼베의 향균 기능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삼베를 수의로 사용한 시신의 뼈는 땅속에서도 썩지 않고 그대로 건조되어 누런 황골(黃骨)로 발견된다고 한다.

실제 다른 향균 처리된 직물은 삶거나 세탁을 하면 본래의 향균 기능이 제거될 염려가 있는 반면에, 삼베는 섬유 자체에 곰팡이 균을 억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물에 적신 삼베 행주와 면 행주를 오랜 시간 따뜻한 곳에 놓아두면, 면 행주에서는 곰팡이 균이 발생하여 쉰 냄새가 나지만 삼베 행주에서는 전혀 냄새가 나지 않는다.

삼베 행주를 사용한다거나, 생선을 건조할 때 삼베로 덮어 놓는다거나, 된장 고추장 항아리 안을 삼베로 덮어두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삼베의 놀라운 기능은 또 있다. 삼베는 살 속까지 파고든다는 강력한 태양 자외선도 차단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면 직물보다도 20 배나 빠른 수분 흡수력과 배출력까지 지녔으니 여름철 직물로는 삼베만한 것이 또 없는 셈이다. 오늘날에는 기술의 발달로, 삼은 직물용 이외에도 종이의 생산, 음식의 재료, 의약품의 원료, 페인트의 원료, 플라스틱의 원료, 화장품 등 매우 폭 넓게 활용되고 있다. 삼으로 종이를 만들면, 그 만드는 과정에서 화학 약품이 거의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약품에 의한 다이옥신 피해와 수질 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

삼 씨앗은 30 퍼센트의 오일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 오일은 음식을 만들 때는 물론 버터나 치즈의 재료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전기가 발견되기 전 미국 개척민들은 삼 씨앗의 오일을 어둠을 밝히는 기름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환경친화적인 삼 씨앗 오일을 대체 연료로 이용하여 달릴 수 있는 자동차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삼을 이용한 비누와 샴푸까지 쓰이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우수한 기능을 갖고 있는 삼과 삼베가 왜 요즘에 와서는 널리 사용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삼 줄기와 잎에는 테트라히드로카나비놀(THC)이라는 마취성 물질이 있어 그 재배에 엄격한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76 년에 발효된 대마관리법으로 삼의 재배 및 취급이 규제되고 있어 그 재배 면적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안동, 보성, 남해, 순창, 강원도 일부에서만 재배되고 있다. 삼베가 생산되기까지는 삼 씨앗을 뿌려서 베를 짜기까지 여러 과정의 노동이 뒤따르는데, 이러한 전 과정을 길쌈이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삼베일을 하면서 삼밭매기소리, 삼잎치기소리, 삼곶소리, 삼삼기소리, 불레소리, 베나르기소리, 베매기소리, 베짜기 소리 등 삼베일소리 민요를 다같이 부르며 삼베를 만들었다.

특히 거창 지방에는 두레삼이라 하여, 마을의 부녀자들 수십 명이 한 무리가 되어 매일 저녁 차례대로 번갈아 돌며 삼을 삼는 풍습이 전해오고 있다. 두레삼은 신라 시대 3대 유리왕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두 왕녀로 하여금 각 부의 여자를 거느리게 하여 길쌈내기를 하는 것이다. 7 월 16 일부터 날마다 길쌈을 하여 8 월 15 일에 이르러 그 결과를 겨루어 지는 편은 다과와 밥을 장만하고 이긴 편을 대접하였다고 한다.

우수하고 멋스러운 우리 삼베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삼은 품질이 좋아서 아주 섬세하게 쪼개지므로 가는 실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 위에 여인들의 섬세한 여공(女功)까지 곁들어져 중국, 일본, 인도 등지보다 더 섬세한 삼베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오늘날 삼베가 중국으로부터 싼값에 대량 수입되고 있지만 몇 배의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삼베를 최고로 여기는 까닭도 여기 있다. 그 만드는 과정에서 수많은 손길을 필요로 하고 그 재배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오늘날 삼베는 귀한 직물이 되었지만, 지금도 삼베는 영원한 우리 민족의 직물로 남아있다.

 

[이 글은《전통 옷감》(대원사) 외에도 http://www.hemp.co.kr, http://spnode10.knou.ac.kr, http://www.silkro.co.kr, http://www.kyongnambank.co.kr 등 인터넷 자료를 참고하였습니다

출처 : 장미의방
글쓴이 : 장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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