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스크랩] 백두대간 탐방에 관한 단상

zarashin 2007. 3. 26. 11:23
 

 근래 들어 신문에 백두대간 훼손소식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며칠 전 어느 신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사진을 포함하여 4단 크기의 박스기사로 나더니 급기야 오늘자 동아일보 사회면에는 전면을 할애하여 대간 훼손 현장을 고발하는 것을 보아 모르긴 해도 공단측의 모종의 섭외가 있었지 않나 추측을 해본다. 그러나 이번 사진뿐만 아니라 전에 실린 훼손증거자료로 내놓은 포함산 등산로 입구 사진과 대야산의 뿌리가 드러난 나무는 실상 등산에 별 관심 없는 일반인들도 심심풀이로 자연스럽게 애용하는 곳이다. 이런 사실을 두고 훼손현장이 마치 대간꾼들 때문이라는 억측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당장 대간인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을 수없다. 내막과 실정을 모르는 국민들의 지탄을 고스란히 대간인들이 부담하여야 되기 때문이다.


 공단측은 지속적으로 대간훼손 사진을 내놓으며 등산에 관심 없는 국민들로부터 통제의 합리화를 내세우려는 전략으로 일관하려하지만 실은 그들의 말대로 탐방로 훼손의 주된 이유는 기상이나 지형 및 토질 변화 등 자연적 요인과 관리 소홀이 주원인이다. 또한 주5일제 근무 정착과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이후 일시에 탐방객이 몰린 것 등 인위적 요인이라고 했듯이 대간꾼들 때문에 자연생태계가 파괴되었다는 말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인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지도 못할 뿐더러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포함산 입구의 훼손현장의 경우 10톤 트럭도 접근할 수 있는 대로와 붙어있어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쉽게 복구 가능한 곳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입장료만 낼름 받아먹고 원형복구하지 않은 방치에 대한 책임을 대간인에게 물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단에게 물어야 한다. 복구할 의향만 있었으면 지금이라도 당장 복구 가능한 곳인데 그대로 방치, 방만, 방관하다가 이제와 그것을 빌미로 대간 통제를 강화하려는 속셈은 모르긴 해도 이참에 대간 통제라는 보다 강력한 족쇄를 채우려는 것일 게다.


 신문엔 대간훼손 소식과 더불어 대처방안으로 미국, 대만, 말레이시아의 예를 들며 '그들 나라에서는 유명한 산을 오를 때는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국가가 고용한 가이드를 동행해야만 출입이 가능하고, 등산료도 내고있다'며 해결책도 제시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전적으로 동감하는 부분이다. 다만 신문에서 전달하려는 뜻과 필자와의 생각에는 차이가 있지만 결론은 같다. 신문엔 공단의 의견을 들어 생태계 보존을 위해 통제를 하자는 취지지만 필자는 소수만이라도 차라리 당국의 허가와 국가지정 가이드 동행과 등산료를 내고서라도 떳떳한 등산을 하고 싶다. 하루에 50명만 출입을 허가하여 내 차례가 오려면 죽을 때까지 기다려도 기회가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을 시행하길 바란다. 내가 아니면 꿈과 희망을 품은 또 다른 대간인들이 범법자가 되지 않고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산행에 나설 수 있고 자연생태계도 지켜낼 수 있으리라 판단해서다. 이런 제도라면 하루빨리 도입하기를 소망한다.


 또한 대간 탐방인들이 단속반에 걸려 실랑이라도 하려하면 어김없이 나오는 말이 있다고 보도한다. "백두대간 종주는 일제에 빼앗긴 민족혼을 되찾는 우리의 사명이며, 일제가 만들어 놓은 우리나라 원래의 산줄기 체계를 환원시키고, 잘못된 산맥체계를 바로잡아 1대간 1정간 13정맥의 길을 올바르게 찾아 후손에게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물려주기 위함이며, 그 길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백두대간종주는 산악인으로서 필수"라는 말이다. 누구의 입에서 이런 거창한 말들이 나와 오늘에 이르렀는지는 모르나 의식있는 대간 종주자들이 얘기하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전파된 듯 하다. 그래서 그런지 단속원들과 이 문제로 시끌벅적한 모양인데 실은 단속반원의 말대로 백두대간 종주와 애국심과 무슨 상관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그렇다면 내가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인가. 그러나 내 경우 전혀 그렇지 않다. 나뿐만 아니라 의식 있고 사명감 있는 소수를 제외한다면 이 문제를 실천하기 위해 대간을 종주하는 이는 아마 한 명도 없으리라 본다. 그 들이 산행하는 이유는 단 하나 백두대간을 종주했다는 사실을 획득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내가 산에 가는 이유는 단 하나다. 산이 거기에 있으니 가는 것이요, 산줄기가 있으니 따라가는 것 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나의 종주이유는 앞선 종주자들과는 사뭇 다르다. 대간종주를 통해 느낀 경험을 삶에 대입시키고 나아가 후배들에게 산행의 장점을 전하면 그들 또한 산행을 통해 얻은 극기와 호연지기를 인생에 접목시키고 좋게 받아들였다면 그 결과물을 또 그 후배들에게 전해주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보다 아름다운 강산을 계속 지켜 내야한다는 신념이외 아무것도 없다. 이런 사고를 가진 필자는 민족혼 운운하며 실랑이하는 대간인들에게는 실소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그런 것들이라면 각계각층에 호소나 건의를 하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대국민서명운동이라도 벌이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소송을 통해서라도 해결하면 그만인 것을 구태여 힘든 종주를 통해 해결하려는 인지 알 수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번 환경부장관에게 건의한 것이지 결코 앞선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변호사였다면 답변같지 않은 불가답변을 듣고 지금쯤 백두대간 개방을 위한 위헌소송 자료 구입으로 백방분주하고 있을 것이다.


 단속반원의 말대로 진정한 애국자라면 앞선 이유를 대며 싸울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줄 자연과 생태계를 보호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과태료를 물지 않기 위해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등산로를 오가며 쓰레기라도 하나라도 주워야 한다. 쓰레기 줍기가 싫다면 버리지 않는 것이 애국이요,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이다. 작은 사탕 포장지 하나가 애 궂은 동물 하나를 죽일 수 있는 무기가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버리지 않는 것이 애국인 것이다. 엊그제 속리산 구간을 탐방하며 느낀 것이 앞으로는 쓰레기봉지를 가지고 산행을 하여야겠다는 것이다. 내 쓰레기는 개미 눈곱만큼이라도 흘리지 않게 주의하고 있지만, 무심코 지나쳐버렸던 쓰레기들이 맘에 걸리기도 하거니와 단속반원들이 애국심 운운하는 소리에 자극받아 앞으로는 쓰레기를 주우며 산행을 하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여하간 그간 누차 얘기했듯이 산행에 나서는 순간 산림은 훼손된다. 산에 들어가 한 발을 뗄 때마다 등산로는 유실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곧 산에 가지 않는 것이 자연생태계를 지켜내는 상책이다. 공단측에서도 노리는 속셈이 바로 이 점일 것이다. 그런데 코흘리개 어린애도 아는 사실을 두고 돈벌이 산악회는 오늘도 국민 건강증진 이유를 핑계로 공공연히 백두대간 산행모집을 하며 스스로 지청구를 듣는다. 단체산행은 생태계파괴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스럽지 못하다. 특히나 야간산행만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산림훼손의 대도는 도로 및 공장건설 같은 인위적 파괴지만 이들은 항상 경제발전이라는 면책특권을 갖는다. 그렇다면 항상 매 맞는 것은 취미생활을 영위하는 등산인 뿐이다. 지금은 잘하고 있더라도 매 맞을 시기다. 이런 때에 스스로 나서 매 맞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등산을 싫어하는 국민들과 강제적으로나마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공단으로부터 벗어나 떳떳한 산행을 하려면 등산인 스스로 금수강산을 지켜내려는 노력이외 그 아무것도 필요없다.


출처 : 동전의 양면
글쓴이 : 산사람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