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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을 망각한 평가시스템의 실패사례

zarashin 2008. 11. 7. 10:26

목적을 망각한 평가시스템의 실패사례
평가를 수행할 때는 반드시 평가시스템의 목적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왜냐 하면, 평가기준은 평가대상자가 따라야 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평가시스템의 목적은 경영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만약 평가시스템이 이러한 목적을 망각한 채, 시키니까 수행하는 평가를 위한 평가를 하게 되면, 평가받는 사람은 평가기준의 헛점을 최대한 후벼파서 도망가게 된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엉뚱하게 요령피운 자가 좋은 점수를 받아 성과물을 가져가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예전에 내가 신입교육을 받을 때 있었던 일이다.
워크샵 과제로 그 유명한 "2.5미터 높이에서 달걀 떨어뜨려 안 깨뜨리기" 프로젝트를 했었다.
날계란과 나무젓가락 몇개, 빨대 몇개, A4용지 1장, 그리고 스카시테이프 약간을 제공 받았다. 그리고 각각의 재료에는 단위당 비용이 설정되었다.
룰은 다음과 같았다. 즉, 3개의 평가기준이 있었다.
(1)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 30점)
(2) 주어진 비용 이내에서 (최대 30점)
(3) 달걀을 천장에서 떨어뜨려도 안깨뜨리는 팀이 이기는 것이다. (최대 40점)

5개의 팀이 서로 다른 아이디어로 대응했다.
우리팀은 모든 변수에도 대응할 수 있는 매우 견고한 디자인을 구사 했었다.
나무 젓가락으로 만든 피라미드 구조 안에 빨때의 탄성으로 계랸을 보호하는 구조로써, 설령 진행자가 실수로 삐뚜름하게 떨어뜨려도 견딜 수 있었다.
게다가 팀원 모두 협력하고 집중하여, 주어진 시간내에 극적으로 제출할 수 있었다.

이윽고 모두 결과물을 제출하고, 만인이 보는 앞에서 천장에서 계란들이 떨어졌다.
결과는....
우리의 계란만 깨지지 않았고, 나머지 4개팀의 계란은 모두 깨졌다.
우리 팀원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서로 껴안으며 승리를 기뻐했었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게도 우승은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우리 옆에 팀은 계란에 나무젓가락 하나를 둘로 쪼개서 양쪽에 대고, 그냥 테이프로 뚤뚤 말아서 그것을 결과물이라고 제출했었다.
그들은 대충대충 했고, 남는시간에 농담따먹기를 하면서 탱자탱자 놀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당연히 깨지는 것이 었다. (그들은 안깨뜨리겠다는 의지조차 없었다.)
그런데 그들의 점수는 너무나 대충 해버렸기에
(1) 시간을 70%이상 단축해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2) 비용을 50%이상 절감해서 또 높은 점수를 받았다.
(3) 물론 달걀을 깨뜨렸으므로 품질 점수는 0점이다.

이것만 가지고도 그들은 나머지 계란을 깨뜨린 3개팀들을 높은 점수차로 이겼다.

한편, 우리팀은
(1) 시간은 간신히 지켜냈다. (평균 점수 획득)
(2) 비용은 25% 초과 했다. (의외로 많은 점수를 감점당함)
(3) 달걀은 지켜내서 할당된 40점은 만점으로 받아냈다.


결과는 1점인가 2점인가 차이로... 우리가 낮았다.
그리고, 1등에게 주어지는 상품은 탱자탱자 놀고있던 그 팀이 가져갔다.

물론, 이 워크샵의 목적은 QCD, 즉 품질(Q), 비용(C), 시간(D)의 세가지 중요한 요소를 어떻게 잘 통제해서 성과를 내는가를 훈련시키는 것이다.
비용을 다소간 초과한 것은 우리의 잘못이긴 하다.
하지만, 이 결과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 아닌가?
우리보고 현업에 가서 중국애들처럼 대충대충 흉내만 내서 만들고, 빨리 공급만 하면 장땡이라고 알려주고자 한 것이란 말인가?

CEO는 세계시장 확대를 위한 품질만족도 극대화를 외치고 있는데, 정작 신입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원가절감 제일주의를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목적을 망각한 평가시스템의 전형적인 실패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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