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

[스크랩] 염색의 실제

zarashin 2007. 12. 10. 10:02

 

염색의 실제


  1.소나무 껍질  2.대나무잎  3.진달래나무 숯  4.먹물  5.후박나무 껍질
 6.관중  7.향나무 껍질  8.회양목 잎  9.은행나무 껍질  10.구름버섯
 11.꼭두서니(천근)  12.뽀리뱅이  13.양지꽃  14.쪽(1)  15.쪽(2)
 16.쪽(3)  17.개갓냉이  18.황새냉이  19.석류나무잎  20.쥐똥나무잎
 21.비수리  22.자초  23.감  24.포도껍질  25.오배자
 26.단풍나무잎  27.밤나무  28.치자  29.국화  30.소방목
 31.양파  32.장미  33.검정콩  34.대황  35.홍화
 36.가시항추  37.깨풀      
 
   
1. 소나무 껍질
  소나무 둥치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더덕더덕 붙은 껍질이 마치 이골 저골 높고 깊은 산골을 보는 듯 하다. 사람사는 것도 이와 비슷하여 어떤 이는 표면에 있어 빛과 바람을 한껏 받으며 사는가 하면, 어떤 이는 골 깊은 산골에 숨은 채 그늘과 그윽함을 즐기며 산다.
  소나무는 겉껍질과 속껍질 모두다 염재로 쓸 수 있다. 겉껍질은 한꺼번에 많은 양을 가마솥에 넣어 온종일 끓인 다음 그 물을 밭아 쓰면 되고, 속껍질은 베어낸 즉시 벗겨서 삶아 쓴다.
   
  □ 재 료 : 소나무속껍질 5kg, 황산철 수용액(물 2리터에 0.5g을 녹인 것) 20ℓ
  □ 방 법 :
  ① 마르지 않은 소나무 속껍질은 물을 잘박하게 붓고 1시간 동안 삶아 염료를 우려낸다. 마른 것일 경우에는 미리 따뜻한 물에 하룻밤 동안 불렸다가 두번 우려낸 물을 합탕한다.
② 젖은 천을 넣어서 30분간 고루 뒤적인 다음 건져낸다.
③ 물기가 가신 천을 황산철 수용액에 20분간 매염처리한다.
④ 매염이 끝난 직물을 건져내어 꼭 짠 다음 다시 염액에 1시간 동안 골고루 뒤적여 가며 침염한다.
⑤ 염료추출액의 농도를 진하게 하거나 염색횟수를 늘리면 진한 색을 얻을 수 있다.
⑥ 직물에 따라 색상이 다소 차이가 있으나 동에서는 맑은 연두색이, 철장(염화철, 황산철도 비슷함)에서는 회색에 가까운 검은 색이 든다.
⑦ 매염처리를 하지 않으면 연한 밤색이 드는데 속껍질의 경우 비교적 견뢰도가 괜찮은 편이다. 
 
전통적으로 나무의 수피를 염재로 사용한 경우가 많다. 그것은 나무의 수지성분이 일종의 고착제 역할을 하여 특별한 매염재 없이도 염색이 잘되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말에 의하면 일제 말엽에 군복이나 초망(고기잡는 그물) 염색에 소나무껍질을 이용하곤 했다고 한다. 
   
  
   
2. 대나무잎
  대나무는 사시사철 푸르기 때문에 어느 때나 이용할 수 있지만 특히 푸른 잎들이 적은 겨울철에 이용하면 아주 요긴하다. 왕대, 솜대, 시누대 무엇이나 다 좋으나 솜대 중에서도 잎이 촘촘한 빗자루 대를 쓰면 좋다. 잎을 구하기가 마땅치 않으면 한약 건재상에서 대나무의 껍질을 긁어낸 죽여를 구해 써도 된다. 대나무 잎이나 죽여를 삶으면 물 위에 연한 기름이 뜬다. 이것은 염색했을 때 얼룩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걷어내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 재 료 : 대나무잎 10kg, 삭산동 수용액(물 3ℓ에 0.5g을 녹인 것) 20ℓ 
  □ 방 법 :
  ① 대나무 잎을 솔에 가득 채운 뒤 물을 잘박하게 붓고 1시간동안 삶아 염료를 우려낸다. 40분정도 지난 뒤에 한번 뒤집어 준다.
② 우려낸 염료를 5등분하여 다섯차례 염색의 원액으로 사용한다.
③ 젖은 천을 넣어서 30분간 고루 뒤적인 다음 건져내어 삭산동 수용액에 20분간 매염처리한다.
④ 매염이 끝난 직물을 건져내어 꼭 짠 다음 다시 염액에 30분간 고루 뒤적여가며 침염과 매염을 네번 더 반복한다.
⑤ 염료 추출액의 농도를 진하게 하거나 염색 횟수를 더 늘리면 짙은 색을 얻을 수가 있다.
⑥ 명주에는 누른빛이 도는 연두색이, 면에서는 연한 노란색이 든다.
 
  일부에서는 시금치, 부추, 쑥 등을 염재로 녹색염색을 하고 있으나 엽록소를 이용한 염색은 모두가 다 시간이 지나면 갈색으로 변한다. 햇빛을 받거나 세탁을 하면 단번에 변하지만 꼭꼭 싸매어 두어도 오래가지 못한다.
녹엽을 이용한 녹색염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 
   
  
   
3. 진달래나무 숯
  숯 염색은 승가에서 많이 했던 방법이다. 숯은 보통 불이 막 사윌 즈음 물을 뿌리거나 재를 덮어서 만든다. 염색할 숯을 만들려면 물을 뿌리기보다 숯불 상태일 때 항아리에 담아 공기가 통하지 않게 뚜껑을 꼭 덮어서 한나절 지난 뒤에 꺼내는 것이 좋다. 적은 양이면 분마기에 갈고, 많은 양이면 절구에 넣어 곱게 빻는다. 고운 체로 쳐서 덩어리가 없도록 가루를 만들어 사용한다.
   
  □ 재 료 : 진달래나무 숯 1kg, 물 10ℓ
  □ 방 법
  ① 숯가루를 광목으로 만든 베주머니에 넣고 뜨거운 물에 1시간 정도 담가 두었다가 미지근해지면 치대어서 숯물을 빼낸다.
② 오래 치댈수록 곱고 진한 색이 나온다. 염료를 3등분하여 3회 염색의 원액으로 쓴다.
③ 따뜻한 물에 담갔다가 탈수한 천을 염액에 넣은 다음 30분간 골고루 주물러 치댄다.
④ 염색이 끝난 직물을 건져내어 짜지 말고 그대로 햇볕에 말린다.
⑤ ③, ④의 방법을 두번 더 반복한다.
⑥ 무명과 면에는 회색이 들고 명주에는 검은색이 든다.
  진달래뿐만이 아니라 철쭉, 영산홍의 뿌리도 괜찮다. 이들의 뿌리는 다른 나무에 비해 결정이 고운 편이어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이 된다. 채록을 다녀보면 참숯을 쓴 집도 있는데 얼룩이 심해서 고운 베는 못하고 무명베 바지, 승복 등에만 했다고 한다.
  숯으로 염색할 때 직물을 비틀어 짜면, 짜낸 자국이 그대로 얼룩이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가급적이면 염액의 양을 많이 준비하여 넉넉한 물에 오래 치대어서 염색하는 것이 얼룩을 줄이는 방법이다. 숯 염색 역시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데, 숯이나 황토는 염료라기 보다는 안료(顔料)에 가깝다.
   
  
   
4. 먹물
  먹물이라 하면 두 가지 상반된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조지훈 님의 시 '승무'에서 '번뇌는 별빛'인 곱디고운 비구니의 한없이 겸허한 맑음과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같은 촌부들이 말하는 '먹물 많이 먹은 사람들'의 꾀 많은 허세가 그것이다. 먹물염색은 불가에서 소유와 집착을 버린다는 정신적 가치가 더 중요시되는 색으로 아낌을 받지만 더러움을 잘 타지않는다는 실용적인 면까지 있어서 매력적인 염재이다.
   
  □ 재 료 : 잘 갈아진 먹물 1ℓ, 빙초산 용액 10ℓ(여름철 냉국의 새콤한 맛 정도)
  □ 방 법 :
  ① 고운 먹을 갈아서 진한 염액을 만든 다음 미지근한 물에 색 농도를 조정하여 희석해둔다.
② 염색할 천을 3시간 정도 고루 뒤적여가며 담가둔다.
③ 건져서 짜지 말고 햇볕에 바싹 말린다.
④ 말린 천을 빙초산용액에 담근 뒤 20분 정도 골고루 뒤적여 가며 끓여 준다. 이렇게 하면 얼룩이 많이 생기지 않는다.
⑤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헹군 다음 말린다.
⑥ 직물보다 사방 10cm이상 큰 갱지를 펴서 말린 천을 감아싼 다음, 크고 깊은 찜통에 물기가 닿지 않도록 한시간 정도 열처리를 한다. 이렇게 후처리를 하면 색감이 더 좋아진다.
   
  먹은 노송을 태워 만든 송연묵, 씨앗에서 얻은 기름을 태워 만든 유연묵, 광물유의 그을음으로 만든 양연묵이 있다. 재래의 먹은 송연을 많이 사용하였으나 요즘은 카본블랙으로 만든 양연묵이 거의 대부분이다. 품질이 좋지 않은 먹이나 먹물로 제조된 것을 쓰면 먹물특유의 광택이 없고 색감이 선명치 못하다.
   
  
   
5. 후박나무 껍질
  "교교한 달밤에 스무살 청년처럼 당당한 후박나무를 본 적이 있나요? 후박꽃 맑고 높은 향기에 취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 아름다운 정경을 그려낼 줄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국어사전에서 후박(厚朴)은 인정이 두텁고 거짓이 없음이라고 되어 있다. '얼굴보고 이름짓는다'라는 말이 있듯 상록교목인 후박은 촘촘히 붙은 도톰한 잎새와 그 푸르름이 가히 일품이다. 식물염재의 발색표본을 200종 정도하고 나자 이젠 굳이 발색 실험을 하지 않고도 가려낼 눈이 조금 열린 것 같다. 후박은 처음 보는 순간 내게 그 느낌을 강하게 준 것이라서 각별한 마음이 드는 염재이다.
   
  □ 재 료 : 후박나무 껍질 1kg, 철장 용액 10ℓ
  □ 방 법 :
  ① 후박나무 껍질은 미지근한 물에 하룻밤 담가두었다가 건더기 높이의 배가 되도록 물을 붓고 30분이상 푹 끓인다.
② 초탕을 우려낸 다음, 재탕 역시 같은 방법으로 우려낸다. 초탕과 재탕을 합한 다음 2등분하고 2회 염색의 원액으로 쓴다.
③ 천을 30분정도 고루 뒤적여가며 담가둔다.
④ 건져서 꼭 짠 다음 철장용액에 20분간 매염처리를 한다.
⑤ 매염처리한 직물을 꼭 짠 다음 30분 침염, 20분 매염을 반복해 준다. 견뢰도가 좋은 색을 내려면 5회이상 반복하는 게 좋다.
⑥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헹군 다음 말린다.
⑦ 동, 명반, 빙초산 등으로 매염처리를 하면 다양한 색을 얻을 수 있다.
   
  후박은 목련과의 일본후박과 녹나무과의 후박이 있다. 염료로 이용하는 후박껍질은 한약건재상에서도 구할 수 있는데, 반드시 국산을 쓰도록 한다. 중국산은 염액의 농도 및 색감이 많이 떨어진다. 후박나무의 겉껍질, 잎가루는 풀기가 있어 예로부터 선향(線香)의 접합제로 쓰여지기도 했다.
   
  
   
6. 관중
  제주의 오름을 오르내리다가 삼나무 숲에서 길을 잃어 방목장 소 우리로 쳐놓은 철조망 밑을 긴 적이 있다. 엎드린 자세에서 숲 바닥을 보니 아기 손가락 굵기의 고사리 군단이 쑥쑥 솟아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 힘찬 생기에 놀라 발을 떼놓지 못하고 섰는데, 여남은 발짝 앞에 거대한 배드민턴공 모양을 한 대왕 고사리가 턱 버티고 있었다. 병아리를 거느린 암탉인양 사뭇 당당한 위세가 보여 고사리엔 손도 안대고 숲을 빠져 나왔다.
식물도감을 찾아보니 건재로 된 것만 보아 온 호랑고비, 즉 관중이었다. 말린 뿌리줄기를 한약건재상에서는 관중, 면마(綿馬)로 부른다. 모양이 재미있어서 사람이나 식물이나 유별난 게 그 값을 한다는 말이 절로 생긴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 재 료 : 관중 1kg, 명반 용액 10ℓ(2리터에 명반 5g을 넣은 농도)
  □ 방 법 :
  ① 관중은 잘게 잘라 미지근한 물에 하룻밤 담가 두었다가 건더기 높이의 배가 되도록 불을 붓고 30분 이상 푹 끓인다.
② 초탕을 우려낸 다음, 재탕 역시 같은 방법으로 우려낸다. 초탕과 재탕을 합한 다음 3등분하고 3회 염색의 원액으로 쓴다.
③ 정련한 천을 30분 정도 고루 뒤적여가며 담갔다가 건져서 꼭 짠 다음 명반용액에 20분간 매염처리를 한다.
④ 매염처리한 직물을 꼭 짠 다음 30분 침염, 20분 매염을 반복해 준다. 3회 정도 반복하면 색감이 좋다.
⑤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헹군 다음 말린다.
⑥ 철장, 동, 잿물, 빙초산 등으로 매염처리를 하면 다양한 색을 얻을 수 있다.
   
  관중은 정유와 수지, 탄닌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염색 견뢰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깊이 있는 색감이 발색된다. 최근의 연구논문을 보면 뛰어난 항균성도 있어서 양질의 염재로 꼽힐만하다. 전통적으로 민간에서는 이 뿌리줄기를 기생충 구제약으로 써왔다.
   
  
   
7. 향나무 껍질
  창 밖의 향나무가 봄빛이다. 늘푸른 나무라도 계절에 따라 색이 다르다. 보이는 빛깔을 잘 관찰하면 계절이나 사람의 심상이 눈에 보인다. 봄이면 노름한 색이 먼저 오르다가 점차 연두빛을 띤 녹색이 된다. 여름엔 청색이 바치는 녹색, 가을은 누른 끼가 다분하고 겨울에는 검은 빛이 많은 녹색이다. 향나무는 이른봄이나 늦가을에 전정을 할 때 나무의 껍질을 벗겨서 염색을 하면 된다.
   
  □ 재 료 : 향나무 껍질 2kg
  □ 방 법
  ① 굵은 가지와 잔가지의 껍질을 벗겨 건더기 높이의 배가 되도록 물을 붓고 한시간 이상 푹 삶는다.
② 초탕을 우려낸 다음, 재탕 역시 같은 방법으로 우려낸다. 초탕과 재탕을 합한다.
③ 정련한 천을 3시간 정도 고루 뒤적여가며 담갔다가 건져서 짜지않고 말린다. 다 마르면 맑은 물에 헹구어 낸다.
④ 견이나 양모는 특별히 매염처리를 하지 않아도 좋다. 생명주일 경우에는 향나무 속껍질 색이다. 매염처리를 하면 직물에 따라 색상이 다르나 면일 경우 철매염에서 겨울 향나무잎의 색이 나고 동매염에서는 붉은 밤색이 된다.
⑤ 진한 색을 내고 싶을 경우 염재를 많이 준비하여 진한 염액에 횟수를 반복하는 법이 가장 좋다.
   
  향나무 수피에는 탄닌질과 수지-정유성분이 있어서 매염처리를 하지 않아도 견뢰도가 좋으며 염색을 한 직물은 특유의 향이 있다. 향나무는 측백나무과에 속하는데 같은과의 편백, 화백, 눈향, 뚝향, 섬향, 노간주, 연필향 등이 거의 비슷비슷한 색을 낸다.
   
  
   
8. 회양목 잎
  봄빛이 마당에 깔리자마자 봄을 노래하는 게 회양목이다. 워낙 단단하여 도장목이라는 별호가 붙은 이놈은 겨울내내 잘 굽힌 빵껍질 색깔을 하고 앉아 웬만한 엄풍에는 눈 한번 깜박이지 않는다.
2월 마지막 꽃샘바람이 불어대는 날부터 하루 이틀 헤아릴 새도 없이 그 색은 쌀쌀한 꽃샘바람에 풍화되는 건지, 태동하는 땅기운에 밀려난 건지 어느새 포르스름한 녹색으로 바뀌어 버린다. 겨울색이 숨었네 하자마자 녹색에서 또다른 연두색으로 갈아 입는다.
   
  □ 재 료 : 회양목 잎 5kg, 철장액 10ℓ
  □ 방 법 :
  ① 잎이 붙어 있는 잔가지 채로 물을 잘박하게 붓고 2시간 삶아 염료를 우려낸다.
② 우려낸 염료를 3등분하여 3차례 염색의 원액으로 쓴다.
③ 젖은 천을 넣어서 1시간 고루 뒤적인 다음 건져내어 철장액에 30분간 매염처리한다.
④ 매염이 끝난 직물을 건져내어 꼭 짠 다음 다시 염액에 30분간 고루 뒤 적여가며 침염과 매염을 두번 더 반복한다.
⑤ 염료추출액의 농도를 진하게 하거나 염색 횟수를 늘리면 짙은 색을 얻을 수 있다. 생명주에 염색을 하면 의외로 색이 곱다.
⑥ 직물에 따라 색상이 다소 차이가 있으나 철장에서는 겨울 소나무 잎색이 든다. 여러 매염제를 준비하여 고루 발색시켜보면 색상이 다양한 편이다.
   
  회양목은 염료 효율은 썩 좋지 않다. 그래도 멀리 있는 형제보다 이웃사촌이 낫다는 말처럼 구하기 어려운 좋은 염재보다 전정할 때 버려지는 흔한 것이므로 손쉬운 맛에 그 가치가 있다.
매염재는 염료처럼 매염 때마다 새것을 써줘야 한다. 한번 쓴 매염제를 그대로 쓰면 효과가 거의 없다. 염료의 양과 매염재의 양은 어느 직물이든 간에 직물을 담갔을 때 헤엄을 치듯 넉넉해야 한다. 잘박한 물에 담그게 되면 대개가 다 얼룩투성이가 되어버린다. 
   
  
   
9. 은행나무 껍질
  무엇에 미쳐서 정신없이 일 하다보면 얻는 게 너무나 많다. 그 중에서도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라는 사실은 내게 참으로 많은 것을 알게 했다. 이 분명한 명제를 항시 잊지 않고 산다면 분명 깨달음의 빛을 볼 수 있으리라. 그것을 잊어버리고 맺은 인연이나 일은 늘 한계가 있다.
100종이 넘는 염재를 만지고 나자 보기만 해도 대략 안다는 자만이 차 있을 때였다. 아는 님이 "뜰의 은행나무를 베었으니 껍질을 벗기랴?"고 물었다. 은행나무 껍질은 약간 폭신한 맛이 있어 겨울나무에 기대어도 냉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니 그 온화한 성질에 무엇이 있으랴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두라고 했다. 님은 미안해서 그러나보다 여기시곤 두자루를 벗겨 왔다. 송구스런 맘이 들어 일을 시작했다. 결과는 아래의 발색 표와 같다.
익은 열매의 색, 구운 열매의 속살 색, 단풍잎의 색, 상처아문 줄기의 색, 보이는 껍질의 희끄무레한 색매 속에 이어 저런 속마음이 숨어 있었을까! 예술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보지 못하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천연염색은 예술이다.
   
  □ 재 료 : 은행나무 껍질 5kg, 삭산동 수용액 10ℓ(물 2ℓ에 0.5g을 녹인 것)
  □ 방 법 :
  ① 은행나무 껍질을 속에 가득 채운 뒤 물을 잘박하게 붓고 2시간 동안 삶아 염료를 우려낸다(1시간 정도 지난 뒤에 한번 뒤집어 준다).
② 우려낸 염료를 5등분하여 2-5차 염색의 원액으로 쓴다.
③ 준비된 직물은 삭산동 수용액에 20분간 선매염 처리를 한다.
④ 매염이 끝난 직물을 건져내어 꼭 짠 다음 염액에 30분간 고루 뒤적여 가며 침염과 매염을 네번 더 반복한다.
⑤ 염료 추출액의 농도를 진하게 하거나 염색 횟수를 더 늘리면 짙은 색을 얻을 수가 있다.
⑥ 면이나 명주에는 밝은 밤색이 든다.
   
  나무 수피로 염색을 할 때는 봄에 하는 게 좋다. 물이 오를 때라 껍질이 쉽게 잘 벗겨지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집집이, 거리거리에 전정을 하고 나온 나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은행은 이파리도 재미있다. 생명주에 들이면 가무스름한 회색빛이 난다. 
   
  
   
10. 구름버섯
  경산에 사는 이규택씨는 젊다. 젊은 열정만큼 마음도 바빠서 묻는 전화가 잦다. 밤색이 안돼요. 진달래 색은 무엇으로 내나요? 그의 질문을 듣노라면 답답하다가도 예전의 내 모습이 보여서 화를 낼 수도 없다. 무슨 색을 정해놓고 그 색을 내자하고 맘 먹은 날은 맨날 허사다. 공들인 자식이라고 엇길로 나가지 말란 법이 없지 않은가?.
우린 그러한 경우를 많이 보고 산다. 무엇이나 그 자체를 목적으로 생각않고 수단으로, 즉 즐기기 위함이 아닌 공들임은 욕심이다. 미리 정해놓고 일을 마름질하는 것은 가장 비자연적이며 인위적인 처사이다. 질서와 이치에 완벽히 들어맞는 게 자연이고, 그 이치를 완전히 알려면 자연의 일부가 되어서 순응하거나, 신이 되어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럴 마음도 없이 염색을 하는 이는 노름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지금은 안다.
   
  □ 재 료 : 구름버섯 600g, 삭산동 수용액 10ℓ(물 2ℓ에 0.5g을 녹인 것)
  □ 방 법 :
  ① 구름버섯은 검불과 흙을 떨어내어 씻어둔다.
② 하룻밤 불려 놨다가 물을 잘박하게 붓고 2시간동안 삶아 염료를 우려낸다. 1시간 정도 지난 뒤에 한번 뒤집어 준다.
③ 준비된 직물은 삭산동 수용액에 20분간 선매염 처리를 한다.
④ 매염이 끝난 직물을 건져내어 꼭 짠 다음 염액에 30분간 고루 뒤적여가며 침염과 매염을 두번 더 반복하면 맑은 옥색이 된다.
⑤ 염료 추출액의 농도를 진하게 하거나 염색 횟수를 더 늘리면 짙은 색을 얻을 수가 있다.
⑥ 선매염, 후매염은 절차상의 차이일 뿐 색상에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염료자체의 색이 진하지 않은 것은 선매염을 하면 염료효율이 조금 더 좋고 얼룩이 덜하다.
   
  구름버섯이라 불리는 운지버섯은 비싼 한약재를 쓰는 것보다 베어 둔 사과나무 등걸에 피는 것을 구해서 쓰면 좋다. 쪽 외에는 청색을 내는 염재가 흔하지 않으므로 옥색을 내고 싶을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11. 꼭두서니(천근)
  자생식물 염재로 옛 기록에 있는 것은 홍화와 꼭두서니뿐이다. 팔십이 넘은 노인 분들을 만나 염색에 관한 채록을 하다보면 분홍빛을 띤 빨간색을 꼭두서니 색이라고 한다. 말만 들어도 반가워서 그것으로 직접염색을 해보았는가를 다잡아 물으면 한결같이 해본 적인 없다고 해서 늘 안타까웠다.
꼭두서니는 덩굴만 무성할 뿐 뿌리는 얼마 되지 않아 군락을 찾지 않으면 양이 적어 해볼 수가 없다. 한번 맘 먹으면 그것이 풀려야 다른 일이 손에 잡히는 성미여서 말 그대로 자나깨나 꼭두서니를 염하고 다니던 어느날, 출장을 가다가 아무 생각없이 차를 세웠다. 왜 세웠나 싶어 차 문을 열고 발을 내딛는 순간 발 아래 도로의 경사진 둔덕에 꼭두서니가 지천으로 엉겨있었다. 그때의 희열이란 - 맘먹은 것은 반드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진실임을 알게 된 일이었다.
진달래빛 고운 색을 만날 생각을 가진 이는 늦여름에 캐서 해 볼 일이고, 아쉬운 대로 건재약방에서 구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 재 료 : 천근 1kg, 명반 수용액 10ℓ(물 2ℓ에 1g을 녹인 것), 걸쭉한 쌀풀 1대접
  □ 방 법 :
  ① 천근은 먼지를 털어내고 쌀풀에 한나절 담가둔다. 풀에 누르스름한 색이 배어 나오면 풀 찌꺼기가 없도록 깨끗이 씻어낸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황색소를 제거하고자 함이다.
② 건더기의 3배 분량의 물을 붓고 찜통 뚜껑을 열어둔 채로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뭉근한 불에 세시간 정도 우려낸다. 이때 가끔씩 저어준다.
③ 우려낸 염료를 3등분하여 3차 염색의 원액으로 쓴다.
④ 물들일 직물은 명반 수용액에 20분간 선매염 처리를 한 다음 씻어서 준비해둔다.
⑤ 꼭 짠 천은 염액에 30분간 고루 뒤적여가며 침염과 매염을 두 번 더 반복하면 누른 빛이 나는 주황색이 된다.
⑥ 바로 캔 천근을 쓸 때는 나무공이로 찧어서 명반과 함께 가볍게 달여들이면 된다.
   
  한번 삶아낸 것은 버리지 말고 말렸다가 분마기로 갈아서 다시 한번 더 쓰도록 한다. 건재의 질에 따라 색감이 많이 차이나고 매염제나 직물에 따라서도 색이 조금씩 다르다.
   
  
   
12. 뽀리뱅이
  겨우내 들에 나갈 일이 없던 도회인들도 봄빛에 이끌려 들나들이가 잦은 철이다. 벚꽃, 진달래꽃만을 즐기기보다 잡초로 불리는 봄 풀을 손수 뜯어와서 염색을 하면 색의 맛이 색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하는 쓸 데 없는 놀이를 '저지레한다'고 한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않던 일이니 궁금하다는 호기심에다가, 미리 결과를 예측하고 하는 계산된 행동이 아니므로 그 순간에 몰두한다. 저지레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혼을 놓을 만큼 재미가 있어서 골똘할 수밖에 없다. 사물을 궁구하는 마음이 이치를 밝히는 지름길이다. 천연염색은 할 때마다 달라서 스스로 궁구하는 맘이 없으면 재미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먼 데까지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잡히지 않는다. 염재가 못되는 식물이 별로 없으므로 이것 저것 많은 풀을 만져보면 저지레를 한 만큼 키가 자라고, 신명이 나는 '쟁이'가 될 수 있다.
뽀리뱅이는 양지바른 논둑이나 밭둑에 납작 엎드려 보리와 동무가 되어 자라는 두해살이 식물로 보리뱅이라고도 불려진다. 잔디와 함께 자라 파란 봄 풀과는 사뭇 다른 불그레한 이파리와 비로드같은 가는 털이 나있어 가까이 가야만 보인다. 꽃만 따로 떼어놓으면 씀바귀와 닮았지만 꽃대가 가느다란 대나무와 같고 속이 비어있어 분별이 쉽다. 아주 흔한 잡초여서 마음만 먹으면 금세 한 자루를 캘 수 있다.
   
  □ 재 료 : 뽀리뱅이 3kg, 삭산동 용액(물 2ℓ에 삭산동 2g을 녹인 용액)
  □ 방 법 :
  ① 뽀리뱅이는 씻어서 물을 잘박하게 붓고 두시간정도 삶아 염료를 우려낸다.
② 우려낸 염료를 3등분하여 3차 염색의 원액으로 쓴다.
③ 젖은 천을 넣어서 1시간 고루 뒤적인 다음 건져내어 삭산동 수용액에 20분간 매염처리한다.
④ 매염이 끝난 직물을 건져내어 꼭 짠 다음 다시 염액에 30분간 고루 뒤 적여 가며 침염과 매염을 두번 더 반복한다.
⑤ 염료 추출액의 농도를 진하게 하거나 염액 횟수를 늘리면 짙은 색을 얻을 수 있다.
⑥ 직물에 따라 색상이 다소 차이가 있으나 동매염제로는 움트는 새싹 빛깔이난다. 여러 매염제를 준비하여 고루 발색시켜 보면 색상이 다양한 편이다.
   
  삭산동은 화공약품상에 가면 구할 수 있다. 화학매염제는 독성이 있으므로 사용할 때 조금씩 쓰도록 하고 매염 후 남은 물은 바로 하수구로 보내기보다 정원에 쏟아버려 비료로 재활용하는 방법도 권할 만하다.
   
  
   
13. 양지꽃
  생강나무 꽃잎이 내려앉은 호젓한 산자락에 누워 먼 산 빛을 바라본다. 엊그제 새 순을 품었을 땐 발그레한 자색이더니 오늘은 가지마다 움이 터서 노르스름한 송화색이다. 머리맡의 할미꽃, 붓꽃, 양지꽃들도 따사로운 봄볕과 소근소근 한없이 정답다.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경기(驚氣)를 할만큼 몸이 부실했던 나는 제비꽃, 양지꽃 같은 자그마한 풀들이 가장 친한 동무였다. 양지꽃은 가는 털이 보송보송한 꽃대 위에 봉오리라 할 것도 없이 조그맣게 달려 있다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노란 색으로 환호하여 무심한 아이조차 놀라게 한다. 꽃이 피기 전엔 노란색이 전혀 보이지 않던 것인데 - 이 노랑이 어디에서 왔을꼬? - 너무나 궁금하여 곰곰 들여다보다가 해낸 생각이 땅 밑의 뿌리 중에 노란 놈이 따로 있겠다는 맘이 들어 흙을 살살 헤집어 보았다. 노란 뿌리는 내 생각을 알고는 미리 도망가고 없었다. 짐짓 딴청을 부리다가 냉큼 다잡아 뽑아보아도 마찬가지.
뱀딸기가 빨갛게 익는 날도 그 도망간 '색깔 있는 뿌리'를 붙잡고 싶어했다. 지금도 난 그 생각이 정말 맞을 지도 모른다는 우스운 생각을 가끔한다. 그리고 낯선 풀들을 볼 때마다 '너의 이야기 - 그 감춰둔 색은 무엇인지 가르쳐주지 않을래'라고 말을 건넨다.
   
  □ 재 료 : 양지꽃 풀 3kg, 삭산동 용액(물 2ℓ에 삭산용 2g을 녹인 용액), 철장액(염화철·황산철 용액이나 쇳물을 가라앉힌 것)
  □ 방 법 :
  ① 양지꽃 풀을 뿌리째로 캐어 씻은 다음 물을 잘박하게 붓고 두시간 정도 삶아 염료를 우려낸다.
② 우려낸 염료를 3등분하여 3차 염색의 원액으로 쓴다.
③ 침염 30분, 매염 20분을 번갈아 가며 염색을 한다.
④ 진한 색을 얻고 싶으면 1회 3차의 염색을 마친 뒤 말렸다가 다시 1..2..3.의 방법을 반복한다.
⑤ 매염제를 여러 가지 준비하여 고루 발색시켜 보면 대체적으로 누른빛을 띤 봄풀색이 난다.
   
  풀들을 캐어낸 즉시 염색한 색과 말렸다가 한 색상이 조금 다르다. 말려야 할 경우는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건조시키는 게 좋다. 건조기로 말린 경우는 색상이 연해서 효율이 좋지 않다. 
   
  
   
14. 쪽(1)
  청색은 쪽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색을 만지는 이라면 쪽 염색법은 필수과정이다. 쪽은 여름철에 생산되므로 여름이라야 된다는 생각을 하지만 봄, 가을에 하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유는 쪽 풀의 푸른색소인 인독실이 인디고로 발색될 때 염색온도보다 낮은 온도로 공기산화를 해주면 색이 곱기 때문이다. 삼복이 지난 한여름에 쪽 풀을 베어 항아리에 담아 색소를 우려내고 그 물에 조개를 태운 횟가루를 넣고 저어주면 색소가 가라앉게 된다.
윗물을 따라내어 버리고 가라앉은 농축염액을 니람(진흑 泥, 쪽 藍 : 쪽 물을 농축시켜 진흙상태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니람을 만들어 보관해두면 짙은 남색이 가능하고 사계절 무시로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 쪽은 제철에 생 잎을 갈아 쓰는 법, 삶아서 하는 법, 우려낸 염료에 잿물을 넣어 바로 하는 법, 니람을 만들어 하는 법 등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전통염색법중 그 이용법이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는 편이다.
요즘은 거래가격이 비싸서 일반인은 만지기 어려운 쪽 염이지만 30~40년전만해도 어지간한 대갓집에는 필수적이었다는 점과, 홍색 염직물의 값이 청색 염직물보다 세배나 비쌌다는 옛 기록을 보면 그 과정만 정확히 알면 기술이전이 비교적 쉽다는 이야기도 된다.
쪽 염색법은 지역별, 개인별로 차이가 많다. 채록을 다니면서 수집한 옛날의 염색직물은 백년이 지난 지금도 청보라 빛을 띠고 있어 지극히 곱다. 근래에 보급된 왜 쪽과 염색법으로는 그만한 색감을 얻는게 불가능하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쪽 풀은 여과에 속한 것으로 호남지역에서 많이 했다.
영남지역에서는 식물의 분류상 과(科)가 다른 품종을 재배하여 썼다고 하나 지금은 멸종이 되고 없다. 90세가 넘은 연안댁 할머니는 "대가 끊긴 집안 잇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야. 차라리 하늘의 별을 따오라고 해"라면서 못 본지가 30년은 더 된다는 말이다. 직접 재배한 노인들을 모시고 자생지를 밟고 다니고, 식물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해도 그 종적이 감감하다. 이젠 반 포기를 했지만 옛 것이어야만 가능한 것들이 어디 그 뿐이겠는가.
3~4월이면 쪽 씨앗과 모종을 구하는 이가 많이 온다. 쪽 씨앗을 나눠주는 일은 쉬운데 파종법과 옮겨 심는 법을 가르치려면 시간이 꽤 많이 든다. 그래서 글로 적어주니 정확히 몇 cm로 골을 지어야 하느냐고 또 묻는다. 농사꾼이면 들깨 모종 붓듯이 파종하고 들깨 옮겨 심듯 하라고 하면 뭘 간단한 일인데도 말이다. 한사람이 모든 것을 다한다는 것은 아무 것도 못한다라는 말과 같다. 필자도 두 해전부터는 쪽 재배를 농부에게 맡긴다. 그러고 나니 쪽 풀의 단위생산량이 훨씬 많아 값이 싸게 먹히고 품질이 좋다.
이젠 천연염색도 염료생산은 농부, 직물염색은 염장, 예술작품은 작가 등으로 세분화된 역할분담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 같다.
   
  
   
15. 쪽(2)
  시집온 첫 해에 "저 곰티같은 게 색이나 일겠나?"하는 소릴 시어머니로부터 들었다는 야부네 댁(93)은 그 말이 못내 서운하여 노랗게 익은 다북 쑥을 베어 오는 일부터 시작하여 쪽 물의 전과정을 들은 대로 따라하면서 정성을 다했다. 몇 년 뒤엔 시어머니로부터 쪽 물 일구는 데는 최고라는 인정을 받았다.
전통적인 방법에 의한 것은 따라하려는 이에게 모호함이 많아 무모한 일이다 싶은 마음을 갖게 하기도 한다. 염색과정이 수치화, 계량화되지 않은 점도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이르면 감(感)으로 하라는 말에 처음 접하는 이는 답답해지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기능은 이론과 달라서 언어라는 기호가 되면 날이 무딘 칼날이 되어버리는 때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방법에 의한 발효법을 소개한다.
   
  □ 재 료 : 니람 4ℓ, 잿물 40ℓ, 막걸리 200㎖
  □ 방 법 :
  ① 전통적인 방법은 잿물을 가장 중요시한다. 짚을 태운 재나 다른 초목의 재를 쓰기보다 쪽 물을 우려낼 때 건져낸 쪽대나 명아주대, 다북쑥대궁이를 태워서 그 재를 뜨거운 물로 내린 진한 잿물을 만든다. 미리 만들어 둔 재를 쓸 경우, 쪽 물을 항아리에 앉히기 직전 재를 다시 한번 더 태워서 쓰면 덜 독하면서도 색이 잘 인다.
② 잿물 한 추매단지(약 40ℓ)에 니람 한 바가지(3~4ℓ)를 넣고 한사발 분량의 막걸리(약 200㎖)를 넣은 다음 골고루 저어 따뜻한 방에 식혜 안치듯 안친다.
③ 항아리를 담요로 감싼 다음 25~35℃로 유지하면서 2~10일간 발효시키되 하루에 2-3회씩 항아리 밑까지 닿도록 저어준다. 하루가 지나도 변화가 없으면 잿물의 농도와 온도가 맞지 않는 것이므로 방을 데워주고 감싼 다음 조청이나 홍시, 감주, 식혜 등을 넣어주기도 하다. 빛이 진한 배춧잎색을 띠면서 가지색 거품이 이는 상태를 쪽 물이 일었다고 말한다.
④ 쪽물이 준비되면 젖은 천을 재빠르게 착착 담근 다음 천이 물위로 뜨지 않게 뒤적여준다. 천에 물이 고루 들면 꺼낸 다음 바람이 잘 통하는 마당에서 두 사람이 맞잡아 흔든다. 이때 염액보다 낮은 온도일 때 탁한 녹색 빛깔이 청색으로 곱게 발색된다. 처음엔 옥색이지만 여러 번 반복하면 짙은 청보라색이 된다.
   
  옛날에 직접 하시던 분들의 이야기로는 제대로 잘 든 청보라색의 쪽 물을 색상 중에 가장 기품있는 색이라고 하며 '양색(兩色)이 진다'라고 말한다.
   
  
   
16. 쪽(3)
  3년전 태국의 염색장인인 티티샤이를 일주일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작업장에서 함께 일를 하면서 쪽을 발효시킬 잿물의 농도가 얼마냐고 물어보니 그이는 모른다고 했다. 평소에 PH측정기를 사용치 않으니 물으나마나-별 수가 없어서 지리 오줌통 같은 독 속에 든 잿물을 검지손가락으로 찍어 간을 보았다. 혀끝이 아린 정도를 보아 PH가 12는 넘었다. 그러고 있는 나를 쳐다보던 티티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는 활짝 웃었다. 그 일 이후로 우린 오래된 친구처럼 가까워졌고 남은 일정 내내 동지로서의 우애를 나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수많은 변수에 대응하며 몸으로 익힌 작업자의 주관적인 판단자료 - 즉 감(感)의 중요성 때문이다. 이론공부를 백일해도 실전작업 하루만 못한 것이 기능이다.
논문자료로 정리된 것들을 따라하다보면 그대로 되는 게 사실 별로 없는데 이는 자료의 빈약함 때문이 아니라 시료의 차이로 인한 경우가 많다.
몇 번이나 언급했지만 염재의 채취시기와 지역, 추출농도, 염색용으로 사용되는 수질 등에 따라 다른 다양한 변수를 다 포용할 자료정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자료를 제시하는 것은 그것조차없이 무얼 해본다는 것은 시행착오의 늪에 허우적대다가 허송세월만 하는 시간을 줄이고자 함이다.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정인모씨가 연구개발한 개량된 방법에 의한 발효법을 소개한다.
   
  □ 재 료 : 니람 40g, 수산화나트륨 30g, 글로코즈 30g, 물 10ℓ
  □ 방 법 :
  ① 물 10ℓ에 니람, 수산화나트륨, 글루코즈를 넣고 95℃로 가온한 뒤 20분간 발효시킨다. 불을 끄고 30℃가 될 때까지 가만히 정치시켜둔다.
② 속성 발효된 ①의 염료에 침염 20분, 공기산화 10분의 과정을 4회 반복하고 충분히 씻어서 말린다.
   
  쪽물은 강알칼리성이어서 무명, 삼베, 모시 등의 셀룰로오스 섬유나 이들을 합하여 교직으로 짠 아롱지 등에 많이 이용했다. 제대로 발효된 쪽으로 물을 들이면 색이 잘 빠지지 않으나 충분히 헹궈주지 않으면 가만히 두어도 탈?변색이 심하고 마찰 견뢰도가 나쁘다. 이것을 막으려면 흐르는 물에 2~3일 담가 두어 알칼리 성분을 완전히 빼주어야 한다.
김치나 식혜를 담그는 방법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맛을 제대로 내려면 정성을 다하여 반복하는 방법밖에 없다. 음식의 간을 볼 줄 알게되면 비로소 맛을 낼 수 있듯 쪽염도 간을 볼 수 있어야 제 색이 난다. 쪽염은 숙련된 작업자의 감과 정성과 솜씨의 결정판이다. 
   
  
   
17. 개갓냉이
  작물 외의 식물들을 우리는 잡초라 부른다. 그러나 풀들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말이다. 사람들이 아직 그 용처를 찾지 못했을 뿐이지 사실 잡초라고 무시되어야 할 풀들은 없다. 그래서 염색을 하는 나는 잡초란 말에 묘한 반감을 느낀다. 논두렁 밭두렁의 염재를 캐다보면 젊은 농부는 그냥 지나치지만 노인들은 "뭐 하능교"라며 꼭 참견을 한다.
적당히 얼버무려도 끝까지 캐어묻는 어른들과는 얘기를 할만한데 그 호기심에 걸맞게 아는 것도 많아서 이 '논두렁 교사'가 전해주는 지식은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지혜가 들어 있다. 노인들을 통하여 학명과 다른 방언상의 이름, 즉 별호나 식물들의 성질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 돌림자를 쓰는 풀들은 분류상 과(科)가 다 앞에 붙을 땐 겉모습이고 뒤에 붙는 경우는 속내를 말한다. 별호도 이와 비슷해서 사물을 지칭하는 이름자를 잘 살펴보면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다.
개갓냉이는 십자화과의 냉이라는 돌림자를 쓰는 26종의 식물들 중의 하나로 아주 흔한 풀이다. 갓(매운맛을 내는 채소)과 같은 잎 모양새에 냉이꽃을 닮은 노란 꽃이 핀다. 씹으면 진한 풋내가 나고 아리한 맛이 나서 맛도 닮았다. 비료가 흔하지 않을 땐 채소가 귀해서 냉이처럼 삶아 물에 담가 신맛을 빼고 나물로 무쳐 먹기도 했다고 한다.
   
  □ 재 료 : 개갓냉이 5kg, 삭산동 용액(물 2ℓ에 삭산동 2g을 녹인 용액), 철장액(염화철?황산철 용액이나 쇳물을 가라앉힌 것)
  □ 방 법 :
  ① 개갓냉이는 뿌리째 캐어 그늘에서 하루 말린다.
② 씻어서 물을 잘박하게 붓고 30분간 삶아 염료를 우려낸다.
③ 우려낸 염료를 20분 정도 끓여 농축시킨다.
④ 염료를 2등분하여 2차 염색의 원액으로 쓴다.
⑤ 침염 30분, 매염 20분을 번갈아 가며 염색을 한다.
⑥ 진한 색을 얻고 싶으면 1회 2차의 염색을 마친 뒤 말렸다가 다시 앞의 방법을 반복한다.
⑦ 매염재를 여러 가지 준비하여 고루 발색시켜 보면 대체적으로 녹색을 띤 봄풀색이 난다. 매염제에 따라서 색이 다르지만 한 배에서 난 형제들이라 어느 것과 맞춰도 어색하지 않으므로 옷을 지을 때 상?하의로 배색을 하면 좋다.
   
  
   
18. 황새냉이
  "이거 물 빠지나요." "네, 물론이지요." 그러면 묻던 이는 뜨악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래 가지고서야-무슨 염색을 하는 사람이라고...' 너무나 당당하게 그러니 예상하던 대답이 아니라서 다음 말을 잊고 쳐다본다.
화학염색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린 색이 변한다는 순리를 잊게 되었다. 순리에 맞지 않는 일들을 과학이란 이름으로 거리낌없이 해댐으로써 환경오염이란 자업자득의 굴레를 지고 살면서 색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도 오염이 된 것이다.
다시 이어서 내가 질문을 한다. "청바지가 영원한 베스트셀러인 이유가 무엇이지요?" "편해서요." "더 편한 통바지도 있는데.." "...." 그때 나는 색과 시간을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그러면 그때서야 "아, 그래요. 세탁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색깔과 낡음에도 이유가 있겠네요."
색이 빠진다는 것은 낡아진다, 늙어간다는 표시이고 낡는다는 것은 시간이란 추상적인 말이 실체성을 갖게되는 현상이다. 그것은 '사람다움'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사람만이 낡음 즉 길들임의 가치를 분별하는 시간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천연염색은 물에 담그기만 하면 색이 줄줄 빠져 버리는 것은 아니다. 청바지처럼 조금씩 조금씩 서서히 빠지는데 염재, 물, 햇빛, 마찰, 땀, 드라이클리닝, 음식물 등에 따라 그 반응이 모두 다르다. 그 다양한 반응을 잘 가려 활용할 단계가 되면 천연염료를 이용한 그림작업으로 한단계 나아갈 수 있다.
   
  □ 재 료 : 황새냉이 5kg, 철장액(물 2ℓ에 황산철 2g을 녹인 용액), 탄산칼륨 10g
  □ 방 법 :
  ① 황새냉이는 꽃대 채로 잘라 그늘에서 하루 말린다.
② 물 20리터에 탄산칼륨을 녹인다.
③ 황새냉이를 담은 통에 2.의 탄산칼륨용액을 잘박하게 붓고 30분간 삶아 염료를 우려낸다.
④ 염료를 2등분하여 2차 염색의 원액으로 쓴다.
⑤ 침염 30분, 매염 20분을 번갈아 가며 염색을 한다.
⑥ 진한 색을 얻고 싶으면 1회 2차의 염색을 마친 뒤 말렸다가 다시 앞의 방법을 반복한다.
⑦ 철장액에서는 녹색계열로 발색된다.
   
  황새냉이는 포도밭 등의 과수원에 많이 난다. 흰꽃이 앙증스럽고 이파리가 냉이를 닮았다.
   
  
   
19. 석류나무잎
  일본의 주직(주織) 중요무형문화재인 시무라 후쿠미(77)의 천연염색 염직전(染織展)이 서울 초전 섬유박물관에서 열렸다. 실을 염색하여 문양을 직조한 그 사람의 기막힌 작품들은 구도자적인 근기(根氣)와 지극한 정성이 예술의 정수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난 9일 염색시연이 있었는데, 곳곳의 장인들을 만나는 여행을 하면서 길섶에서 찾았다는 꼭두서니와 목련의 나뭇가지가 염재였다.
이 자리에서 "나는 이 풀을 처음 해보아서 잘 알지 못하지만 여러분과 함께 그 결과를 탐구하고자 한다" "염색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풀들에게서 색을 가져오는 일로, 색의 한시적인 생명을 연장해주는 것 뿐이다"는 등의 진솔하고 철학이 담긴 말들로 아름다운 작가의 마음바탕을 보여주었다.
작품의 기예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작가의 '사람다움'만큼 사람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모든 일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다움'으로의 완성과 사람을 넘어선 고양된 정진의 길을 제시하는데 있다고 본다. 염색도 그런 점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재 료 : 석류나뭇잎 5kg, 칼리명반 수용액 10ℓ(물 1ℓ에 0.5g을 녹인것) 삭산동 수용액(물 1ℓ에 0.5g을 녹인것), 생명주(깨끼용 명주) 10m
  □ 방 법 :
  ① 석류나뭇잎을 따서 물을 잘박하게 붓고 1시간동안 삶아 염료를 우려낸다.
② 우려낸 염료를 3등분하여 3차 염색의 원액으로 쓴다.
③ 정련한 직물을 2분간 침염하고, 20분 매염의 방법을 3회 반복한다.
④ 생명주에는 노릇하고 파름한 색이 든다.
⑤ 열탕추출법에 의한 염색방법은 거의가 다 유사하지만 염재의 성질을 잘 알려면 이용부위와 시기를 잘 살피는 탐구심이 필요하다. 석류는 잎, 열매껍질, 나무수피 순으로 색이 잘 든다. 전정하고 버린 잔가지는 잘라서 쓰고 이파리는 삼복이 지난 뒤면 더 좋다.
   
  
   
20. 쥐똥나무 잎
  님에게 - 지난번 편지에 당신은 내게 "한국적인 색감이 무엇이지요? 어떤 선생님을 만나야 할까요?"라고 물었다. 첫번째 물음에 나는 이중섭의 진품(眞品) 그림 색을 한국적인 색감이라고 말하겠다. 지난해 3월 현대갤러리에서 열린 이중섭전에서 그의 그림 '까마귀와 달'을 보면서 ‘인쇄된 그림은 사기다’라는 말에 동의를 했다. 그가 한국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선(線)과 색(色)을 만지는 감성이 한국적이기 때문이고, 그림의 바탕색들은 우리 주변의 색과 똑같은 자연색감 그대로이다.
사람이 만든 물감으로 우리의 심성과 토양에 가장 잘 맞는 색감을 그이만큼 잘 재현한 이가 드물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꽃이나 열매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시간의 먼지가 가라앉은 색들로 가득차 있다. 하나하나 보면 맑은 게 많지만 모두로 엉겨있을 땐 결코 맑지 않은 그런 불투명한 색감들이다. 그의 청색은 쪽색, 즉 무명에 쪽물을 한두번 먹인 색이다. 쪽물을 일구어 무명을 담그면 녹색을 약간 띤, 스모그를 쓴 푸른 하늘빛이다. 이 색은 결코 밝다, 맑다고는 할 수 없지만 투명하다 못해 말간-소금을 넣고 끓인 콩나물국과 같이 겉맛만 든 그런 색깔, 사람을 마냥 들뜨게 하여 어설픈 희망만을 갖게 하는 사기꾼과 같은 요즈음의 왜쪽, 즉 환원제를 넣어 나오는 쪽색보다야 훨씬 맛이 깊은 색이이다. 필자가 화학물감을 버리고 천연물감을 만지고 난 뒤부터 받은 편안함, 그것이 그의 그림 속엔 가득하다.
두번째 물음의 답은 우리가 무엇을 배운다는 건 어쩌면 남의 눈에 맞는 것으로 가공된다는 것이기도 하다. 잘 가르치는 선생을 만나면 내 속에 든 것을 꿰뚫어보고 끄집어 내주지만 보통은 그의 눈으로 나를 다듬어 버린다. 여태까지 이 땅에서의 현실이 그랬다. 염색을 하는 우리의 진정한 스승은 자연이다. 화학물감으로 도배된 우리 현실로부터 한발 물러나 자연 속으로 내 눈을 돌리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며, 자연을 정확히 이해하는 눈을 길러야 한다.
   
  □ 재 료 : 쥐똥나무 잎 10kg, 잿물 용액(탄산칼륨 용액), 철장액 용액 
  □ 방 법 :
  ① 쥐똥나무 잎은 가지 끝쪽보다 밑쪽의 잎들을 딴다.
② 물을 잘 박하게 붓고 한시간 정도 삶아 염료를 우려낸다.
③ 염료를 3등분하여 3차 염색의 원액으로 쓴다.
④ 침염 30분, 매염 20분을 번갈아가며 염색을 한다.
   
  쥐똥나무는 조경수로 흔하다. 전정(가지치기) 때 나온 잎이나 나무에 붙은 잎들을 따서 쓰면 된다. 늦가을에 열매로 염색을 하면 옥색으로 곱게든다.
   
  
   
21. 비수리
  일요일이면 서울의 인사동 골목에선 골동품 좌판이 열린다. 좌판이라 해도 인사동 노점은 자로 잰 듯한 값 때문에 흥정하는 맛이 없다. 그러나 이 보선 할아버지에게 가면 다르다. 일흔살이 넘은 할아버지는 동안(童顔)에다가 항상 웃고 느긋하다.
할아버지는 농촌으로 다니면서 오래된 생활용품을 수집하는 '가이다시'이다. 오랜 경험으로 미루어 무엇이 돈이 된다는 것은 한눈에 알고 있을터인데도 장사꾼이 오면 남기라고, 가난한 글쟁이가 오면 공부하라고, 왕초보가 오면 배우라고 적게 받는다. 나 같은 촌사람이 가면 차비 빠지라고, 깍쟁이가 오면 이름 값하라고 깎아준다.
탈색, 변색에 대응할 방도가 확실히 마련되지 않은 천연염색으로 밥벌이를 하려는 이들이 보이는 초조함과 폐쇄적인 거리감과는 천양지판이다. 생활안에 도(道)가 있다.
   
  □ 재 료 : 비수리 잎 10kg, 삭산동, 염화철, 명반용액(물 2ℓ에 용매 2g을 녹인 용액)
  □ 방 법 :
  ① 비수리는 가지째로 잘라와서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2~3일 널어 두었다가 잎만 털어서 쓴다.
② 물을 잘박하게 붓고 1시간 정도 삶아 염료를 우려내고, 염료를 3등분하여 3회 염색의 원액으로 쓴다.
③ 침염 30분, 매염 20분을 번갈아가며 염색을 한다. 면과 견에는 샛노란색과 카키색으로 물이 잘 든다.
   
  비수리는 콩과에 속하는 초본성 낙엽관목으로 옛날에는 부엌 빗자루로 많이 썼다. 호비수리, 청비수리, 땅비수리, 넌출비수리 등이 있으나 거의 비슷하다. 삭산동 용액은 화공약품상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
   
  
   
22. 자초
  자초는 야산에 자라는 양지식물로 예전에는 흔한 약초였으나 산이 짙어진 요즈음에는 아주 귀한 식물이다. 5~6월중의 시골 장에 가면 생 자초가 더러 보이지만, 1근에 1~5만원으로 값이 비싸니 그것을 염재로 쓸 엄두를 낼 초보자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수입자초의 경우 자초의 질이 천차만별이고 열풍고온 건조가 많아 발색 색상이 아주 다른 경우가 많다. 자초의 원래 색상은 자줏빛이 정상인데 생자초를 구하여 쓰면 그 색을 얻을 수 있다. 초보자를 위해 한약건재상에서 팔고 있는 수입자초를 이용하는 법을 알아보자.
   
  □ 재 료 : 마른 자초뿌리 600g(자른 단면이 5㎜이상인 것), 삭산동, 염화철, 명반용액(물 2ℓ에 용매 2g을 녹인 용액)
  □ 방 법 :
  <방법 1>
① 마른 자초는 미지근한 물을 붓고 이틀정도 불려놓는다.
② 건더기의 2배 분량의 물을 붓고 뚜껑을 연 채로 은근한 불에 세시간 정도 삶아 염료를 우려낸다.
③ 침염 30분, 매염 20분을 번갈아가며 염색을 한다. 면과 견에는 노란색과 연한 자주, 붉은빛으로 물든다.

<방법 2(일본식)>
① 에칠알코올 5ℓ에 묽은 초산 반컵을 태운 용액에 마른 자초를 넣고 실온에서 3~5일 둔다.
② 염색할 직물은 미리 삶아 정련한다음 명반에 선매염 처리를 해둔다.
③ 알코올에 우려낸 자초용액을 60ℓ의 온수에(40℃) 희석시킨 다음 직물을 넣고 20분간 침염한 다음 깨끗이 헹군다.
   
  
   
23. 감
  나는 감나무를 아주 좋아한다. 사위가 조용한 오월 늦은 밤, 수은등에 역반사되는 감 이파리색과 나무꼭대기에 매달린 동짓달의 서리맞은 홍시색은 기가 찬다(이 빛깔을 모르는 이와 이야기하려면 가슴이 답답하다). 늦봄에 새부리처럼 반짝이며 불그스레한 빛으로 올라오는 이파리, 병아리색을 닮은 감꽃, 네 잎의 꽃받침을 달고 떨어지는 엄지손톱만한 별똥 감, 잎새의 색과 똑같이 푸르러지는 땡감, 뺨을 노릇노릇 물들이다 종내 속이 빨갛게 익은 홍시, 그 어느 것 하나도 모자라는 색감이 없다. 먹구름, 뭉게구름과 여름내내 친구하다가 늦가을 파란 물빛 바람을 만나면 감은 색의 정점인 기명색(起明色)으로 빛나는 노래를 부른다. 이렇듯 감칠맛 나는 색상의 향연을 보여주는 나무가 그리 흔치 않다.
큰 감나무가 세 그루 서있는 학교 앞 동네에서 살던 나는 늦잠이 많은 아이 적에도 푸르스름한 신 새벽에 일어나 감꽃과 풋감을 주으러 다녔다. 오지랖에 가득 꽃을 주워 와 짚에 꿰어 달고는 종일토록 가지고 다니며 하나씩 빼먹곤 했다. 풋감을 줍는 철엔 옷자락이 말간 날이 없어서 어머니께 맨날 종아리를 맞아도 그 풋풋한 땡감을 못본 체 할 수 없었다.
지금도 나는 별똥 감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여름 초입부터 새벽엔 잠을 자지 못한다. 5시에 일어나 반경 5km 이내 마을을 순례하면 적은 날은 한 바가지, 많은 날은 두어 양동이가 된다. 무르기 전에 즙을 내야 하기 때문에 출근 전에 한차례 물을 들여놓고 나가면 고희의 어머니가 종일토록 물을 주신다.
   
  □ 재 료 : 풋감 5kg
  □ 방 법 :
  ① 금세 떨어진 것, 또는 나무에서 딴 풋감은 초파, 믹서, 녹즙기 등을 이용하여 즙을 낸다.
② 고운 베주머니에 즙액을 넣고 짜서 맑은 액만 준비한다.
③ 즙액에 3-10배의 물을 붓고 정련한 천을 담가 골고루 주무른다.
④ 반반한 땅바닥에 펴놓고 마르면 맑은 물을 골고루 뿌려준다.
⑤ 처음엔 땡감의 속살 색이다가 이틀쯤 지나면 땅 색이 된다.
⑥ 이틀 후 다시 1, 2, 3을 반복하고 원하는 색상이 나올 때까지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물 주기를 반복한다.
   
  
   
  감 염색은 땡감부터 홍시까지 가능하며 시기에 따라 색상이 차이가 난다. 감 염색은 안팎의 색상이 달라야 진품이며 보통비누로 빨면 검은색으로 색이 퇴화되는 단점이 있다. 필자는 감을 이용해서 문양염을 많이 하는데, 단색을 오래한 뒤 감의 성질을 충분히 익힌 다음에야 응용이 가능하다.
   
24. 포도껍질
  옛 기록이나 우리말을 보면 녹색을 녹(綠)이라 표현한 경우가 드물고 청송(靑松), 청초(靑草), 청태(靑苔), 청매(靑梅), 청림(靑林) 등 청으로 표현한다. 녹색을 파란 색(靑)으로 통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물을 칭하는 이름자를 가만히 보면 어릴 때의 모양을 보고 지어진 것이 아니라 원래의 본성이 자라다 어느정도 형태를 지닌 시기의 모양과 태를 보고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식물이 어릴 때는 누런 색을 띤 녹색이지만 나이를 먹으면 푸른빛을 띤 짙은 녹색이다.
한여름 무성한 잎들의 군락이나 소나무 우거진 먼 산 빛을 보면 과연 청색으로 가득하다. 노인들은 여러해살이 나무나 사람에게만 나이가 있는 게 아니고 한해살이 풀도 나이를 먹는다고 한다.
한해살이 풀의 나이를 육십으로 보는데 초복까지를 스물, 중복까지를 서른, 말복까지를 마흔으로 보는 것이다. 빛살이 가장 충천한 하지 전후 여름의 열흘,스무날을 10년(年), 열살로 본다는 뜻이 얼른 들으면 엉뚱한 말처럼 들리나 식물을 만지다 보면 그 말씀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이 무렵의 잎새들은 누런빛이 줄어들고 푸른빛이(靑) 진해진다. 삼복이 지나면 일세대인 잎들은 노화를 보이고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열매가 튼실해지기 시작한다. 그런 자연의 이치에 따라 식물의 잎을 이용해 하는 염색은 삼복무렵에 하는 게 염료효율이 가장 좋고 열매를 이용하는 것은 추분전후가 좋다. 염색에 이용하는 포도껍질은 9-10월의 것을 쓰고 속성재배된 것보다 노지에서 빛살을 충분히 받고 익은 것을 쓴다.
포도 알맹이는 쓰지 않는 게 좋은데 알맹이 속에 많이 들어 있는 포도당이 직물표면에 붙어 있다가 변·퇴색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 재 료 : 흑포도 껍질 5kg(포도는 엠비에이나 캠벨이 좋음), 철장액, 삭산동, 명반, 잿물 용액(물 2ℓ에 매염재 2g을 녹인 용액)
  □ 방 법 :
  ① 포도는 껍질만 벗겨 물을 붓지 말고 그대로 삶는다. 가정에서는 먹을 때마다 식초를 조금 태운 물에 따로 모아두었다가 양이 되면 삶는다.
② 염료를 3등분하여 3차 염색의 원액으로 쓴다.
③ 침염 30분, 매염 20분을 번갈아가며 염색한다.
④ 염색이 끝난 직물은 흐르는 물에 하루 이틀 담가 두어 불순물로 남아 있는 당분 성질을 빼준다.
   
  포도 과피는 식물체에 널리 분포된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 배당체가 많이 함유되어 있고 이것이 색료로 이용할 수 있는 주성분이다. 안토시아닌은 외부반응에 민감하여 pH, 온도, 햇빛 등에 노출될 때 그 색상변화가 무척 심하다. 그러므로 포도염색은 포도의 품종, 염료추출 방법, 직물, 매염재별로 그 변수를 잘 이용하는 것이 필요한데 생명주인 경우는 색상이 보라 계열로 발색이 되며 5회이상 반복염색을 할 경우 4등급 이상의 견뢰도를 가져 실용성이 비교적 무난한 편이다. 
   
  
   
25. 오배자
  오배자는 붉나무에 기생하는 벌레집의 이름이다. 붉나무는 옻나무과의 관목으로 가을이면 이름처럼 붉은 단풍이 든다. 잘 익은 홍옥이나 뱀딸기, 주홍색으로 알로달록한 꽃뱀, 가을 산자락의 붉나무의 잎새 등은 어린 나를 한없이 들뜨게 만든 색들이다. 불그레한 노란색부터 가무스레한 빨간색까지 잎새마다 색색이 빨간 이 나무는 '붉은'이라는 접두?접미사가 들어가는 색상의 표본처럼 보인다.
초등학교 땐 단풍 철마다 미술시간 준비물로 그 잎새를 따 간 적이 많았다. 곱게 물든 이파리를 따려다(바슬바슬한 청석으로 된 야산자락이라야 빨간색으로 곱게 물든다) 발을 헛디뎌 무릎과 손바닥이 깨어지곤 했다. 징징 울고 들어오면 어머닌 올록볼록한 잎줄기를 골라 피나는 곳에 붙여주셨다. 오돌오돌하니 꽃처럼 생긴 잎새를 찧어 바르고 빨간 단풍을 발라두면 피는 금세 멎고 까만 딱지로 주저앉곤 했다. 피와 같은 색깔의 나뭇잎이 피를 멈추게 하여 나를 무척 신기하게 만들었던 추억의 나무이다.
   
  □ 재 료 : 오배자 1kg, 철장액(물 2ℓ에 황산철 2g을 녹인 용액)
  □ 방 법 :
  ① 오배자는 절구공이로 두들겨 덩어리를 잘게 한 다음 소쿠리에 담아 흔들어서 벌레똥이나 이물질을 제거한다.
② 물 5ℓ를 붓고 1시간 가량 끓여 1차 염액을 추출한다.
③ 다시 5ℓ의 물을 붓고 2차 염액을 추출한다.
④ 1차 염액과 2차 염액을 합탕한 다음 3등분하여 3차 염색의 원액으로 쓴다.
⑤ 침염 30분, 매염 20분을 번갈아가며 염색을 한다.
⑥ 염색이 끝난 직물은 충분히 헹구어준다.
   
  오배자는 생김새에 따라 귀처럼 생긴 이부자, 나뭇가지처럼 생긴 지부자, 꽃처럼 생긴 화부자로 불려지는데 껍질이 두터운 이부자가 좋다. 이끼가 많은 습한 곳에 자라는 붉나무라야 오배자가 많이 달리는데 약초꾼들의 말에 의하면 이끼벌레가 오배자가 된다고 한다. 이른 가을에 벌레가 나가기 전에 따서 찐 오배자로 염색을 하면 금황색, 밝은 밤색으로도 발색이 되나 건재약방에서 구입한 것은 매염제에 의한 색상 변화는 거의 없고 회흑색이 된다. 요즈음 건재약방에서 수입약재를 구입하면 벌레 똥이나 이물질이 많아 삶으면 걸쭉해지고 색이 잘 나오지 않는 수가 많으므로 질 좋은 오배자를 구하는 게 관건이다. 철장액에서는 검은색으로 발색이 된다. 오배자로 염색한 천은 땀에 의한 변색이 심하므로 여름철 의복으로는 좋지 않다. 민간에서는 입병, 중이염, 설사에 많이 쓰며 옛날부터 염료로 쓰였다.
   
  
   
26. 단풍나무잎
  들풀이나 산자락의 초목들은 여름동안의 빛 에너지를 한껏 머금은 가을이면 온 산하가 모두다 염료밭이 되고 어느 것을 쓰더라도 제나름의 색감이 넉넉하게 풀려 나온다.
우리 서민들이 많이 써오던 단풍나무과 식물들의 잎도 훌륭한 염재가 된다. 늦께까지 청색을 띠는 신나무, 청단풍, 고로쇠, 당단풍 등은 비슷한 색을 보이는데, 이 잎들이 가지고 있는 색소와 탄닌성분이 황색, 흑색 계열로 발색이 된다.
   
  □ 재 료 : 신나무나 청단풍 이파리 10㎏, 철장액?염화철 수용액(2ℓ에 1g을 녹인 것) 20ℓ
  □ 방 법 :
  ① 잎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20~30분간 끓인다.
② 직물이 충분히 잠길 만큼의 염액을 준비한 후에 30분간 뒤적여가며 담가두었다가 건져내어 짜준다.
③ 직물이 충분히 잠길 만큼의 철장액(무쇠토막을 옅은 식초물에 보름이상 담가서 우려낸 쇳물의 맑은 부분)이나 염화철 수용액에 20분간 주물러가며 매염처리를 한다.
④ ②, ③의 방법을 3회이상 10회정도 반복하면 실용성이 높은 회흑색을 낼 수 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항아리 바닥에 무쇠 동강을 넣고 푸른 이파리와 물을 채워 돌로 눌러준다. 기온에 따라 3일 내지 보름정도 방치해 두었다가 그 물을 따라내어 젖은 무명천을 담가두거나 생잎을 무쇠 솥에 삶아 그 물에다 소금을 넣고 삶는 방법이 있다.
이 염색법은 일제말엽과 전쟁후 물자가 귀하던 시기에 무명이불이나 치마, 바지 등을 물들였던 방법으로 어느 지방 할 것 없이 다 했었다.
   
  
   
27. 밤나무
  세상에 버릴 것은 하나도 없다. 사람들이 미처 사용할 곳을 찾지 못하여 ‘못 쓸것’이라 말할 뿐이라는 것을 염색을 하면서 나는 늘 깨닫게 된다.
밤나무의 가시송이가 바로 그 경우인데 나무의 수피, 잎, 알밤껍질과 더불어 아주 훌륭한 염재이다. 봄에 벌채나 가지치기를 한 나무에서 수피를, 여름엔 잎을, 가을엔 밤송이를, 겨울은 알밤껍질을 쓸 수 있으니 밤나무에서 얻는 염재는 그 이용시기도 전천후이다.
   
  □ 재 료 : 밤송이 또는 밤껍질 10㎏, 명반 수용액(물 2ℓ에 0.5g을 녹인 것) 20ℓ
  □ 방 법 :
  ① 밤송이나 밤껍질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40~60분간 끓인 다음 건져내고 그 물에다 다시 새 밤송이나 밤껍질을 넣고 30분간 끓여 염료를 만든다.
② 직물이 충분히 잠길 만큼을 준비한 후에 30분간 뒤적여가며 담가 두었다가 건져내어 짜준다.
③ 직물이 추이분히 잠길 만큼의 명반수용액에 20분간 주물러가며 매염처를 한다.
④ ②, ③의 방법을 3회이상 반복하면 마른 흙색, 연한 밤색을 얻을 수 있다.
⑤ 철장액이나 염화철 수용액을 사용하면 직물에 상관없이 재색, 회색, 누런빛을 띤 흑색을 낼 수 있다.
   
  전통적으로는 나무껍질을 많이 이용했지만 땔나무를 쓸 때 이야기고, 껍질을 쓰자고 나무를 죽일 수는 없으니 행여 잘린 나무를 만나면 물이 마르기 전에 바로 벗겨야 된다. 나무껍질을 곧바로 끓여서 쓰면 좋으나 여의치 않을 땐 말려두었다가 써도 된다.
잎은 빛을 많이 받은 싱싱한 것을 따서 쓰고, 밤송이는 떨어진 직후의 것이 좋으며 비를 맞히지 않으면 오래두어도 괜찮다. 밤껍질은 많이 모으기가 어렵지만 밤 가공공장에서 버리는 것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것은 물에 담가두었다가 벗긴 것이라 색상효율이 많이 떨어지지만 시간을 넉넉히 잡으면 그리 큰 문제는 없다.
   
  
   
28. 치자
  특별한 매염재 없이도 물이 잘 드는 치자는 색이 맑고 진하여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써오던 황색염료이다. 하지만 치자로 염색한 직물은 한 방울의 물, 한 줄기의 빛과 바람에도 명을 다투니 물이 잘 든다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님에 문제가 있다.
요즘엔 물들이는 이와 옷입는 이가 다르므로 염색이 아주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으나 옛 여인네들은 옷을 세탁하고 난 뒤에는 항상 새로 물을 들여 입었다. 치자 염색은 염색과정이 단순하다. 따라서 색을 먹이거나 빼는 일이 쉬워 초보자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광목쿠션, 커튼 등 생활소품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염재이다.
   
  □ 재 료 : 마른 치자 600g, 빙초산 수용액(냉국을 만들 때의 새콤한 정도) 20ℓ
  □ 방 법 :
  ① 마른 치자에 미지근한 물을 잠길 정도로 붓고 하루쯤 불려 놓는다.
② 불린 치자의 3배가 되도록 물을 붓고 20분간 끓인다.
③ 고운 면 보자기를 깔고 ②의 치자물을 걸러서 받아둔다. 이때 염액위에 뜨는 기름을 한지나 휴지로 제거한다. 이것을 1차 염액이라 한다.
④ 다시 3배의 물을 붓고 2차 염액을 끓여 받쳐둔다.
⑤ 젖은 천을 2차 염액에 20분간 뒤적여가며 담가 두었다가 짜낸다.
⑥ 식초나 철장액에 매염처리를 한다.
⑦ 1차 염액에 다시 반복작업을 하는데 이렇게 하는 이유는 1차 염액이 아주 진하여 얼룩 발생이 잦기 때문에 그것을 막기 위해서다.
⑧ ⑤, ⑦의 방법을 3회 이상 반복하면 색감이 맑은 노란색을 얻을 수 있다.
⑨ 식초에는 맑고 진한 노란색이, 철장액에서는 약간 녹색을 띤 노란색이 된다.
   
  한방에서는 소염, 지혈, 해열, 황달의 약재로 쓰이기도 하는 치자는 국산 치자가 색이 맑고 깨끗하다. 전통적으로는 쌀뜨물로 매염처리를 하는 경우가 있으나 그 효과가 검증된 바는 없다. 염색을 끝내고 난 뒤에는 반드시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충분히 헹궈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빛이나 마찰에 견뢰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다른 옷을 버리게 된다.
   
  
   
29. 국화
  꽃을 따서 염색할 때는 만개했을 때보다 질 무렵에 하는 것이 좋다. 꽃이 인간을 위해서 사는게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존중해 주면서 양해를 구하는 자세가 필요함에서다. 이즈음의 들녘 산자락에는 산국이 된서리를 맞아 어미 손을 기다리른 아이처럼 지친 채로 서 있다. 들에서 자라는 산국은 재배하는 황국보다 색이 더 진하게 난다.
   
  □ 재 료 : 산국, 황색소국 꽃(생꽃잎) 10㎏, 식초(또는 빙초산) 수용액(냉국 만들때의 새콤한 정도) 20ℓ
  □ 방 법 :
  ① 국화꽃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40~60분간 끓인 후 건더기는 걸러낸다.
② 직물이 충분히 잠길 만큼의 염액에 30분간 뒤적여가며 담가두었다가 건져내어 짜준다.
③ 직물이 충분히 잠길 만큼의 빙초산 수용액에 20분간 주물러가며 매염처리를 한다.
④ ②, ③을 3회이상 반복하면 색감이 맑은 노란색을 얻을 숭 있다.
⑤ 식초와는 별도로 철장액이나 염화철 수용액이 준비되어 있으면 직물의 종류에 따라 카키색, 흑색 등도 얻을 수 있다.
  산국은 감국, 개국화, 황국, 들국화라고도 하는데 10~11우러에 노란꽃이 피고 향기가 강하다. 한방에서는 10우러에 꽃을 채취하여 강심, 명안, 현기증, 빈혈, 기침, 두통 등의 약재로 쓴다. 산국을 직접 채취하기 어려운 이는 한양건재상에서 감국(甘菊)이라는 것을 사면 된다.
마른 꽃일 경우에는 미지근한 물에 하루쯤 불렸다가 삶아내는 것이 좋으며 불리지 않고 끓일 때는 재탕한 다음 초탕의 염액과 합한 뒤에 쓴다. 산국이건 황국이건 간에 한번으로 염색을 끝내지 말고 최소한 3회이상 10여회까지 하는게 좋다. 그래야만 물이 잘 빠지지 않고 자잘한 얼룩들이 없어진다.
   
  
   
30. 소방목
  소방목(소목)은 값이 싸고 염색하기가 비교적 쉬운 염재로서 염색법은 ‘임원경제지’ ‘본초강목’ 등에 기록으로 전해오고 있다. 동남아, 중국 남부, 인도 동부 지역에서 자라며 고대부터 일본이나 중국을 통해 수입하여 썼고, 한약전재상에서는 소목으로 불려진다. 약리작용으로는 항염, 살균, 발취, 수면연장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소목은 대표적인 다색성 염배로서 끓여서 보면 주황색이나 화확물질과의 반응이 민감하여 매염재에 따라 황, 적, 자, 흑색으로 고루 발색된다. 소목의 이러한 점은 대상에 따라 인자함, 근엄함 등의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는 사람같아서 어떤 매염재를 만나는 가에 따라 그 색이 아주 다르다.
   
  □ 재 료 : 소방목 600g, 명반 수용액(물 2ℓ에 0.5g을 녹인 것) 20ℓ
  □ 방 법 :
  ① 미지근한 물에 소방목이 잠길 정도의 물을 붓고 하루쯤 불려 놓는다.
② 불린 소방목의 3배가 되도록 물을 붓고 1시간 정도 끓여서 물만 받쳐둔다(1차염액).
③ 다시 3배의 물을 붓고 30분간 끓여 2차 염액을 만든다.
④ 1차염액과 2차염액을 합하여 젖은 천을 뒤적여가며 20분간 침염을 한 후에 짠다.
⑤ 명반 수용액에 침염한 직물을 20분간 뒤적여가며 담가두었다가 짜낸다.
⑥ 다시 침염, 매염작업을 5회이상 반복하는데, 이렇게 하는 이유는 염색 견뢰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⑦ 명반매염은 적색계열로 발색된다. 철매염으로는 자색, 동매염에는 적자색, 식초매염에는 색이 약간 바랜 듯한 홍색으로 발색이 된다.
   
  요즈음은 메탄올 추출 농축액도 있는데, 일반인이 이용하려면 희석하여 다시 끓인 다음 고운 면보자기로 걸러서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응집현상으로 얼룩이 많이 생긴다.
농색의 염료에 담가서 생긴 얼룩은 없애기가 무척 어렸다. 얼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는 직물을 비누로 씻어서 젖은 상태로 준비할 것과 염액을 충분히 준비하여 직물이 고루 푹 잠기도록 하는 것, 횟수를 반복하는 것 등이 있다.
   
  
   
31. 양파
  양파는 줄기, 잎, 구근 모두가 다 좋은 색을 내는 염재로 그 이용가치가 크다. 가장 효율성이 높은 부위는 마른 껍질로 저온 저장창고 선별장이나 중국음식점에 부탁하면 많이 구할 수 있다. 먹기가 곤란한 작은 것이나 부패한 양파를 썰어 말렸다 써도 된다. 마른 껍질을 망자루에 넣어 보관하면 습기가 차지 않는 한 2~3년이 지나도 염재로서의 가치가 있다.
양파는 항산화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고 특유의 냄새가 있어서 기름이 묻는 작업복 등에 이용하면 냄새를 없애는데 좋다.
   
  □ 재 료 : 마른 양파껍질 1㎏, 명반 수용액(2ℓ에 0.5g을 녹인 것) 20ℓ
  □ 방 법 :
  ① 썩은 것은 골라내고 깨끗이 씻어서 찜통에 양파껍질을 절반정도 채운 뒤 물을 가득 붓고 1시간 정도 삶아 염료를 우려낸다.
② 1차 염액을 걸러낸 뒤 다시 잠길 정도의 물을 붓고 30분간 끓인 후 2차 염액을 받아낸다.
③ 1?2차 추출액을 합탕한 뒤 준비된 직물을 담가 20~40분간 골고루 뒤적여 준다.
④ 건져서 꼭 짠 다음 명반 수용액이나 철장액에 매염처리를 한다.
⑤ ③, ④의 방법을 3회 이상 반복한다. 염료 추출액의 농도를 진하게 하거나 염색 횟수를 늘리면 짙은 색상을 얻을 수 있다.
⑥ 직물에 따라 색상이 다소 차이가 있으나 명반 수용액에서는 불그레한 노란색이, 철장액에서는 옅거나 진한 카키색이 된다.
   
  천연염료는 채취시기, 장소, 추출시간, 물의 pH, 액비의 양, 직물의 종류 등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그래서 알려진 데이터를 이용할 때는 그 변수를 미리 염두에 두고 해야만 실패가 적다. 따라서 염색을 처음하는 이는 자기자신의 자료정리가 꼭 필요하다.
   
  
   
32. 장미
  장미는 그 기품이 있는 다양한 색감만으로도 꽃의 여왕으로 불려질 만하다. 색을 만지는 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장미의 색을 재현해보고 싶은 열망을 가진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장미염색법을 물어온다. 하지만 장미로 염색을 하면 보이는 꽃의 색이 아닌 숨어있는 색이 발색되어서 새로운 맛을 보게 된다.
염재로 쓸 장미는 꽃꽂이를 한 다음에 시든 것, 울타리에 덩굴로 피었다 지는 꽃잎들을 삶아서 써도 되지만 생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 재 료 : 붉은 색의 장미 5㎏, 삭산동 수용액(물 3ℓ에 0.5g을 녹인 것) 20ℓ
  □ 방 법 :
  ① 이파리, 줄기, 꼬투리를 따낸 장미꽃잎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30분간 삶아 염료를 우려낸다(마른 꽃잎일 경우에는 두번 우려낸 물을 합탕한다).
② 40℃ 정도로 데운 삭산동 수용액에 미리 직물을 20분간 매염처리한다(선매염법이라 한다).
③ 매염이 끝난 직물을 건져내어 꼭 짠 다음 염액에 30분간 골고루 뒤적여가며 침염한다.
④ ②, ③의 방법을 3회이상 반복한다. 염료추출액의 농도를 진하게 하거나 염색 횟수를 늘리면 짙은 색상을 얻을 수 있다.
⑤ 직물에 따라 색상이 다소 차이가 있으나 동에서는 맑은 연녹색이, 철에서는 보라색을 띤 회색이, 명반에는 누런색이 된다.
   
  세상 모든 식물들은 저마다 고유의 색을 가지고 있어서 염재로 사용치 못할 것은 사실 별로 없다. 문제는 그 색의 견뢰도와 경제성ㅇ니데, 꽃잎의 색소는 열과 빛에 가장 불안정하다.
생잎이나 알코올 추출로는 그 불안정한 부분이 잘 걸러지지 않으므로 반드시 끓여서 사용해야 한다. 삭산동은 독성이 있으므로 미량을 사용토록 하고 가정에서 손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은 새콤한 정도의 식초물에 10원짜리 동전이나 동선으 넣어 1주일 정도 두었다가 사용하는 동매염재가 좋다.
   
  
   
33. 검정콩
  농촌에서 자란 나는 밭둑 가에 까맣게 익은 까마중이나 오디를 즐겨먹었다. 먹을 때마다 손바닥이나 입술이 보랏빛을 띤 파란색이 물든다. 익기 시작하는 검정콩도 껍질을 까보면 파리한 보라색으로 물들어간다. 그래서 어릴땐 파란색이 익으면 검정색이 된다고 생각했었다. 염색을 하면서 아이때의 그 단순한 생각이 너무 잘 들어맞음을 기이하게 여길 때가 많다. 검정콩으로 염색을 하면 정말 파란색, 옥색이 된다. 
   
  □ 재 료 : 검정콩 5되(흑태, 청태, 쥐눈이 콩 등), 철장액 또는 동매염재 
  □ 방 법 :
  ① 검정콩은 씻은 다음 미지근한 물에 하룻밤 불려서 물을 잘박하게 부어 삶는다.
② 검은 물이 우러나면 불을 끄고 소쿠리에 받혀서 염액을 준비한다. 너무 오래 끓이지 말고 콩물이 우러날 정도로만 끓여 물은 염료로 쓰고, 콩은 말려서 가루로 만들거나 조림 반찬용으로 쓰도록 한다.
③ 염액을 2등분하여 2회 염색의 원액으로 쓴다.
④ 30분간 침염을 한 후에 철장이나 동매염재로 매염처리를 2회 반복하면 옥색으로 곱게 물든다.
⑤ 5되를 삶으면 약 3m정도 무명을 물들일 수 있다.
   
  검정콩은 풍열을 제거하며 독성을 풀어준다. 먹는 음식을 염재로 사용할 때는 염액 추출과 더불어 식용으로서의 활용도 배려하여 작업을 하는 게 좋다. 철장액을 만드는 방법은 무쇠동강을 빙초산용액(물 2ℓ에 15~30㏄ 넣은 것)에 넣고 상온에서 1주일을 방치하면 쇳물이 우러나는데 이것의 윗물을 철장액이라고 한다.
동매염제 역시 철장액을 만드는 방법과 같은데 무쇠동강 대신 동선이나, 십 원짜리 동전을 빙초산 용액에 담가 두었다가 그 윗물을 쓰면 된다. 
   
  
   
34. 대황
  전통적인 색채론에 오방색이 있다. 오방색의 한가운데에는 황색이 자리한다. 왜 황색인가는 구구한 설이 있어 접어두기로 하되, 노랑을 황(黃)이라 표현했다면 황중에서도 대황(大黃)이라 한 이 식물의 뿌리 색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전통색채의 표준화를 논의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린 조상들이 지칭했던 색채의 실체를 잘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서양식 색상, 즉 화학물감의 색채자료로 우리 전통색을 표준화하는 어불성설의 작태가 나지 않을까 늘 걱정이다. 천연염색이 다시 우리에게 다가온 시간은 짧다. 그나마 일본에서 들여온 쪽씨와 자료를 가지고 자리를 폈으니 이 또한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필자의 글을 보고 어떤 이는 “그렇게 많이 내놓으면 곤란하지 않겠냐” 라는 우려를 한다. 천연염색으로 업을 삼고 있는 이로서는 할만한 이야기겠지만 마치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는 천연염색이 문화로 자리잡으려면 저변이 넓어져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꽃대가 올라오고 열매가 달릴 일이다. 이 자료를 보고 한가지라도 따라 한 이가 문의를 할 때는 제대로 된 조언을 해 줄 수가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땐 빈소리가 되어 힘이 든다.
대황은 냇가 밭둑에 흔한 여러해살이 식물이었으나, 지금은 외래 귀화식물에 밀려나 야생상태의 것은 찾기가 쉽지 않다. 
   
  □ 재 료 : 대황 1㎏. 물 10ℓ 
  □ 방 법 :
  ① 생 대황이라면 흙을 씻어 검은 껍질은 긁어내고 돌 위에 놓고 나무공이 로 찧는다.
② 망 주머니에 넣고 5시간 정도 우려낸다.
③ 따뜻한 물에 담갔다가 탈수한 천을 염액에 넣은 다음 하룻밤 담가둔다.
④ 염색이 끝난 직물은 건져내어 짜지 말고 그대로 그늘에 말렸다가 맑은 물이 나오도록 헹군다.
⑤ 야생 대황으로 염색한 천은 물이 잘 빠지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짙어진다.
⑥ 한약건재상에서 구한 것으로 염색할 경우는 일반적인 열탕추출법으로 하면 된다.
⑦ 대황은 다색성 염재여서 매염제에 따라 다른 색을 얻을 수 있다.
   
  대황을 장군풀이라고도 하나 학명은 다른 유사종이며 토대황계와 금문계 대황으로 나눠진다. 민간에서는 건위제 변비, 화상치료제로 사용했다.
   
  
   
35. 홍화
  몇 해전 전승을 표방하는 공예대전에서 연한 색으로 얌전히 염색된 것이 큰상을 받은 적이 있다. 평가기준이 무엇이냐고 주최측에 물어보니 “파스텔 톤으로 은은해서” 라는 답을 듣고는 “허!, 참”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천연염색은 진한 색이 아닌 은은한 중간색이며, 얼룩이 당연하다는 말들을 하는 이는 장사꾼이다. 씨앗을 뿌리면 싹이 나오듯 염색 물에 담그기만 하면 은은한 색이 나온다.
조선시대의 임금님이 은은한 색의 얼룩이 진 곤룡포를 입었으리라고 상상해 보라. 장인은 초보자도 가능한 쉬운 것을 작품이라고 하지 않으며 흠을 용인하지 않는다. 천연염색을 하려고 하는 이는 먼저 오방색의 정색부터 익힐 일이다. 청, 백, 흑, 적, 황색을 오정색이라 하며 자, 홍, 녹, 옥, 류황색을 오간색이라 한다. 홍화꽃으로 낸 색을 대홍, 진홍이라 한다. 홍화는 제철에 따서 하는 것이 원칙이나 도회에서는 구하기 어려우므로 건재를 구하여 하는 법을 소개한다.
   
  □ 재 료 : 홍화 1㎏, 잿물 15ℓ(잿물이 없으면 물 15ℓ에 13g을 녹인 탄산칼륨 용액), 진한 오미자 즙 3ℓ
  □ 방 법 :
  ① 홍화는 20~25℃되는 미지근한 물 20ℓ에 1주일 정도 불려둔다. 여름에는 밖에 두어도 되나 봄철에는 실내에 두도록 한다.
② 불린 홍화는 겹으로 된 면 주머니에 넣고 오래 치대어 황색소가 다 빠지도록 깨끗이 씻어낸다. 이때 나오는 누른 물로 황색염색을 하기도하나 물이 잘빠지므로 쓰지 않는게 좋다.
③ 황색소를 뺀 건더기 자루를 양푼에 담고 팔팔 끓인 맹물을 한번 휘둘러주면 누른 물이 마저 빠진다.
④ 30℃정도 데운 잿물을 5ℓ씩 나눠 자루에 담은 채로 힘껏 치대면 홍색소가 빠진다(잿물을 한꺼번에 다 넣어 2~3시간 정도 방치해둔 다음 치대면 조금 쉽다).
⑤ 세번 빼낸 염액을 합하여 오미자 즙을 가하면 꽃거품이 일어난다. 오미자 즙이 진하지 않으면 꽃거품이 일지 않고 제대로 된 색이 나오지 않는다.
⑥ 꼭 짠 천을 염액에 10분간 고루 뒤적여 가며 침염을 한다. 두어 번 더 반복하면 색이 진해지고 균염이 된다.
   
  무명이나 모시는 꽃분홍색, 명주는 주홍색이 된다. 수입약재는 고온건조, 부패방지용 첨가제가 많아서 제 색을 얻기 힘드나 생 꽃잎을 찧어서 하면 진홍이 된다. 매염제를 쓸 경우에는 다양한 색상도 얻을 수 있다. 
   
  
   
36. 가시상추
  학자들이 모인 한 심포지움에서 천연염색은 환경친화가 아닌 환경오염이라고 강변하는 모습을 보고 씁쓸한 느낌이 든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쓰레기가 너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좁은 연구실이나 아파트에서는 염재를 우려내고 나오는 식물찌꺼기, 염료잔액, 동, 철 등의 화학 매염제가 모두 골칫거리가 되지만 넓은 자연을 낀 농촌에선 좋은 거름으로 재생산이 된다.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을 때라야 아름답다. 「답다」는 말만큼 편안하고 생산적인 말이 있을까.
이미 수백의 염료가 시장에 상품으로 나와 있고 수천의 색을 가정용 프린터기로 소유하게 된 지금 실용성 경제성만으로 천연염색을 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천연염색은 염색하는 이나 보는 이가 자연의 생명소로 존재하는 색채의 실체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감성을 기르는데 그 참된 가치가 있다고 본다.
가시상추는 원산지가 유럽인 국화과 식물로 두해살이다. 맛과 꽃 모양이 상추를 닮았다. 이놈은 생명력이 왕성하여 빈터, 개울가, 논밭두렁 어느 곳에서나 흔하다. 어릴 때는 고들빼기나 씀바귀, 민들레를 닮아 일반인들은 저마다 제각기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지금부터 가을까지 염재로 쓸 수가 있다. 
   
  □ 재 료 : 가시상추 5㎏, 삭산동 용액 (물 2ℓ에 삭산동 2g을 녹인 용액), 식초 용액 (빙초산), 잿물(탄산칼륨용액)
  □ 방 법 :
  ① 가시상추는 대궁이 채로 잘라서 그늘에서 하루 말린다
② 물을 잘박하게 붓고 30문간 삶아 염료를 우려낸다.
③ 우려낸 염료를 20분 정도 끓여 농축시킨다.
④ 염료를 2등분하여 2차 염색의 원액으로 쓴다.
⑤ 침염 30분, 매염 20분을 번갈아 가며 염색을 한다.
⑥ 진한 색을 얻고 싶으면 1회 2차의 염색을 마친 뒤 말렸다가 다시 앞의 방법을 반복한다.
⑦ 여러 가지 매염재로 발색시켜보면 누른 끼를 띈 연두빛 카키색이 많다. 봄풀로 하는 염색은 직물을 생명주로 하는게 발색이 가장 좋다. 
   
  쓰고 난 매염용액은 잔디나 화단에 부어 무기물을 식물이 이용케 하여 하수를 맑게 하는 방법이 있다.
   
  
   
37. 깨풀
  전통염색에 관한 자료를 찾다보니 옛 문헌을 뒤지는 일이 잦다. 처음엔 기술서적만을 보다가 기술(技術)을 손에 익힌 사람들은 기술(記述)할 능력이 없는 상황을 생각하여 선비들의 문집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동시대를 살았던 선비들의 물질문화에 대한 작은 관심을 기대하면서 시작한 고전탐구가 의외로 기술서적보다 더 깊은 것을 얻게 해준다. 옛 선비들은 기술을 손끝의 재주라 보지 않았다. 손끝의 재주는 야호선(野狐禪, 실제로 참선을 하지 않고 들여우가 사람을 속이는 것처럼 허위로 하는 것)과 같아 뜻 있는 자는 이런 것을 별로 쳐주기 않는다고 했다. “이 세상의 기예(技藝)에는 모두 자연의 신묘한 이치가 숨어 있다. 그러므로 그 이치를 터득하면 반드시 신묘한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예를 든다면 조각을 하는 자는 그의 정신이 손에 전달되고, 소를 잡는 자는 눈으로 소를 해체할 살결을 미리 어림한다. 그것은 많은 경험으로 터득한 묘리이지 처음부터 신기로운 경지에 도달하여 그런 것은 아니다. 곧 자연의 이치를 알게 되면 저절로 입신(入神)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는 뜻이다. 사람이 글씨를 쓰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곧 그 이치를 찾아내면 글씨가 날아 움직이는 듯하나 그 이치를 터득하지 못하면 그저 글씨의 필요조건인 점을 찍고 획을 긋는 말단의 기예만 일삼게 된다. 어찌 그 속에 정신이 깃들겠는가?” 라고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논하고 있다. 요즈음의 재현공예품들이 도저히 따라잡지 못하는 옛 공예품들의 신묘한 아름다움은 결국 작품의 옥석을 가려내는 선비들의 예리한 시각과 작품을 알아주는 심미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것은 물질문화를 보고 만지는 이 시대의 사람들, 특히 염색을 배우는 우리들이 명심해야 할 중요한 마음바탕이다. 
   
  □ 재 료 : 깨풀 10㎏, 삭산동 용액 (물 2ℓ에 삭산동 2g을 녹인 용액), 철장액
  □ 방 법 :
  ① 깨풀은 강가의 자갈밭이나 모래밭에서 햇빛을 많이 받고 자란 것을 뿌리채로 뽑아 그늘에서 하루 말린다
② 물을 잘박하게 붓고 30분간 삶아 염료를 우려낸다.
③ 염료를 3등분하여 3차 염색의 원액으로 쓴다.
④ 침염 30분, 매염 20분을 번갈아 가며 염색을 한다.
⑤ 직물에 따라 색이 다르지만 명주인 경우 철장액에서는 검은색으로 발색된다.
   
  깨풀은 이파리가 깻잎을 닮았다. 습한 토양에서는 30~40㎝ 높이로 자라지만 마른 땅에서는 땅바닥에 붙어 납작하게 자란다. 약간의 독성이 있으며 약방에서는 전초를 토혈, 상처, 종창 등에 살균, 지혈, 해독제로 쓴다.  
    
  

출처 : 장미의방
글쓴이 : 장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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