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정서/환경

중국 소비문화

zarashin 2006. 8. 1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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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비문화


많은 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국 소비자의 본성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역사·문화적 고찰을 통해 중국 소비자의 본원적 특성을 파악해 본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중국 소비자 관련 이슈는 소득 증가, 중산층의 성장, 소득 격차 심화 등이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변하지 않는 중국인의 본성(nature)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중국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 입각하여 중국인의 소비 특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믿을 수 있어야 지갑을 연다: 신뢰 신드롬(Credibility Syndrome) 


한국의 유수 홈쇼핑 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한 지도 몇 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의 홈쇼핑 시장은 생각만큼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 역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중국인의 본질적인 소비 특성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사회는 기본적으로 저신뢰(低信賴)사회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직접 물건을 눈으로 보기 전에는 쉽게 구매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 혹 인터넷이나 홈쇼핑에서 물건을 구입하더라도 우리나라와 같이 먼저 대금을 온라인으로 지급한 후 물건을 배송받는 것이 아니라,
먼저 물건이 배달된 후에 택배 기사에게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훠따오푸콴(貨到付款)’ 방식이 대부분이다. 
 
또한 중국에는 배달 서비스가 흔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전화 한 통이면 음식이며, 세탁물이며, 생일 축하 케이크며 모두 집 문턱까지 배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국인은 낯선 사람을 집안에 들이는 것을 꺼려한다. 업소에서 배달 서비스를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중국인이 원치 않기 때문에 배달 서비스가 보편화되지 않은 것이다. 
 
중국인들은 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탐문 소비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즉 구매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아는 사람’에게 묻고 또 물어보고 나서 물건을 구매한다. 마케팅에서 말하는
‘구전(Word of Mouth)효과’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소비 성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인은 ‘나’와 ‘남’의 구분이 아주 명확하다. ‘나’에 속하는 꾸안시(關係) 네트워크 안에서 구매하고자 하는 물건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획득해야만 안심한다. 
 
이와 같은 일련의 ‘믿지 못하는’ 소비 특성은 중국의 근현대사적 배경을 통해 이해가 가능하다. 중국인들은 청나라 말기부터 시작해 1970년대 후반까지 수 차례의 전쟁과 혁명을 겪었다.
 
제국주의에 굴복한 문호 개방, 중일전쟁, 공산당 혁명, 국공내전, 문화대혁명 등 짧은 반세기 동안의 세월이었지만 중국인들이 흘린 피는 엄청난 상처로 남았다.
중국의 유명한 영화감독 장이모우(張藝謀)의 작품인 ‘活着(살아있다)’에서 보면, 주인공은 격동의 세월 속에 많은 것을 잃으며 살아간다. 혁명 속에서 살아남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던 중국인들은 격동의 세월 속에서 살아오는 동안 뼛속까지 조심스러움이 새겨진 듯 하다. 
 
이러한 중국인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지갑을 열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의 키워드는 하나다. 바로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 나아가서는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가치를 쌓아나가는 것이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의심 많은 중국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하지만 일단 중국 소비자의 신뢰를 획득한다면 그 성공의 열매는 몇 배로 값지다. 중국 비즈니스를 하는 실무자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다.
“중국인과 친구가 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언어적인 장벽 이상의 뭔가가 있습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시행착오도 거치게 됩니다.
하지만 일단 ‘라오펑이요우(老朋友)’가 되고 나면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친구를 대하는 자세가 신뢰 그 자체가 됩니다.” 이는 기업이 소비자를 대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소비자와 라오펑이요우 관계를 맺은 브랜드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돈을 쓸 이유가 없다: 현시성 신드롬(Conspicuous Syndrome) 


한국의 경우 주방은 거실과 이어진 완전 개방형 구조이지만, 중국의 주방 구조는 폐쇄형이다. 중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주방은 현관문 바로 옆에 붙어 있으며, 대개는 문이 굳게 닫혀져 있다. 중국 요리는 기름에 볶고 튀기는 과정이 대부분이다.
요리 한 번 하려면 기름 냄새와 연기가 진동을 하기 때문에 주방과 거실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폐쇄형 주방의 특성으로 인해 중국인들은 백색가전 구매에 많은 돈을 쓰지 않는다. 비싼 돈 들이고 사봐야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중국 소비자들의 백색가전 구매의 주요 구매의사결정요인(Key Buying Factor)은 ‘적절한 가격에 적절한 품질’이 된다. 
 
한국의 고급 아파트에는 대부분 빌트인(Built-in) 가전 제품이 설치되어 있다.
넓은 ㄱ자형 주방에 양문형 냉장고, 드럼세탁기, 식기세척기 등이 일관된 디자인 컨셉으로 배열되어 있어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는 다르다. 60평 대 초호화 빌라의 경우에도 주방은 역시 폐쇄형인 경우가 많다.
 
빌트인 가전 제품의 비중도 아직은 낮은 상황이다.
이는 고소득층의 경우 주방은 안주인의 공간이 아니라, 가정부의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돈이 많다고 해서 가정부의 공간까지 고급으로 갖춰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 소비자는 전자레인지 구매 관련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전자레인지를 고급으로 살 필요가 있나요. 어차피 식은 음식을 가열하는 기능만 있으면 됩니다. 가격이 싸고 고장이 나지 않는 제품이면 적당하지요.” 
 
반면 현시성(顯示性)이 강한 제품에 대해서는 빠른 고급화 추이가 나타나고 있다.
가전제품 중에서도 TV의 경우 손님을 맞이하는 거실에 위치하기 때문에 PDP, LCD TV 등 값비싼 제품이 많이 팔린다. 또한 대표적인 현시성 제품인 핸드폰의 경우가 그렇다. 항상 가지고 다니며 남한테 보여지기 때문에 전자레인지 가격의 열 배가 넘는 3천 위안 이상의 제품이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고 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소비자에게 ‘자랑하고 싶은’ 제품과 브랜드 이미지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생활방식의 특성상 남들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제품이라면 불필요한 기능을 최소화한 경제적인 제품이 시장의 주력 모델이 된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다국적 기업에게는 상당히 다루기 힘든 시장이 아닐 수 없다. 
  
체면은 목숨보다 중요하다: 미엔즈 신드롬 (Showing-off Syndrome) 


위에서 언급한 내용과 연관하여, 중국인들은 남에게 보여지는 것, 체면을 위해서는 과소비도 불사하는 특성이 있다. 중국인들의 식습관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중국인들은 외식을 할 때 식당에서 지나치게 많은 음식을 주문하는 습관이 있다.
적당히 먹을 만큼만 주문하는 한국인과는 다르게, 많이 주문하고 많이 남기는 것이 체면을 세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중국에서 명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도 일맥상통한다.
중국에도 명품족은 있다. 이들은 한국의 명품족보다 더 대담하고 과시적인 쇼핑을 즐긴다. 내가 돈을 쓰는 만큼 미엔즈(面子)를 살리고 싶다는 측면은, 한국인의 다소 겸손하고 타인의 이목에 조심스러워하는 습관과 차별된다.
이러한 중국의 명품족은 자신을 ‘샤오즈(小資)’, 즉 자본가 계층이라 칭하며, 벼락 부자가 된 ‘빠오파후(暴發戶)’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중국인의 체면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은 사회주의 체제하의 절대적 평등주의에 입각한 소비 행태와 정(正)의 관계인 동시에 반(反)의 관계인 특성을 가진다. 모든 인민은 평등하다는 것이 사회주의의 기본적 이념이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중국인은 평균에 수렴하려는 소비 특성을 보인다.
이웃집이 자동차를 샀다면, 나도 빚을 내서라도 자동차를 사고 싶어하는 것이 평등주의적 소비 성향이다.
 
반면에 일부 고소득 귀족 계층은 자신들이 남과 다르다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베이징 중심가에는 ‘공위안리우하오(貢院6號)’라는 유명한 최고급 아파트가 있다. 필자는 이 아파트를 분양할 당시 모델하우스를 찾아간 적이 있다. 하지만 모델하우스 입구의 안내원은 ‘등록된 회원이 아니면 입장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회원 등록을 하는 데만 우리나라 돈으로 수십 만원이 필요했기에 그냥 돌아서고 말았다. 이 아파트는 지금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이처럼 중국의 부유층은 자신들만을 위한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에 환호하고 있다. 

기업은 중국인의 미엔즈에 대해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미엔즈에도 차원이 존재한다. 서민을 대상으로 한 제품이라면 ‘남들과 같은 자부심’이 중요하지만, 부유층을 타겟으로 한다면 ‘당신만을 위한 개성’이라고 선전하는 것이 적합하다. 선택은 어디까지나 기업의 몫이지만, 역시 후자의 경우가 더 많은 수익이 보장된다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은 세상의 중심이다: 팍스시니카 신드롬(Pax-Sinica Syndrome) 


가운데 중(中), 나라 국(國). 나라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중국인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중화(中華)사상이 자리잡고 있다.
수년 전 ‘No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中國可以說不)’이라는 책이 중국 대륙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은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해서 중국이 정면으로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는 중국인들의 중화사상에 직접적으로 호소하여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이러한 중화사상은 중국인들의 독특한 소비 경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사람들은 외국 브랜드를 선호한다.
서민들은 날마다 코카콜라를 마시며, 중산층은 한국의 현대자동차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으며, 부유층은 샤넬, 구찌 등 명품 쇼핑에 열광하고 있다. 온통 중국이 외제 브랜드로 넘쳐나고 있다. 이런 판국이라면 ‘중화사상은 어디로 숨어버렸는가’하고 되묻게 된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외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 경향은 오히려 ‘중국은 세상의 중심이므로, 타 문화에 대해서도 주체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대변한다.
게다가 중국인들은 외국 브랜드를 ‘커코우커러(可口可樂)’, ‘시엔따이(現代)’, ‘샹나얼(香奈爾)’로 인지한다. 좀 친숙한 외국 브랜드라면 국산인지 외산인지 조차 혼동하기도 한다.  
 
좋지 않은 감정이 있는 일본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필자가 여행 중에 만난 한 잡화점 주인은 일본제 필름을 권하며 ‘일본 사람은 나쁘지만 일본 제품은 좋아요’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이쯤 되면 중국인의 대국 기질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인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크게 선호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한국 기업들에게 나쁘지만은 않은 조건이다.
중국 소비자들에게 ‘Made in Korea’를 강조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유리하다.
‘우리 제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받는 제품이다’, ‘우리 브랜드를 쓰면 당신도 글로벌 리더가 된다’고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단조로운 것보다는 다양한 것이 좋다 : 다양성 신드롬(Variety Syndrome) 
 
중국은 다양성의 사회다. 56개 민족이 23개 성(省)과 5개 자치구에 뒤섞여 살고 있다. 각기 민족 마다 고유한 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각 성 마다 쓰는 토속어가 다르다. 전형적인 다민족, 다문화 국가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인들은 다양한 것에 익숙하고 친숙하다.
식당에 가면 메뉴판에 수백 가지의 요리가 적혀있고, 대형 마트에는 인스턴트 라면만 해도 수십 개의 브랜드가 진열되어 있다. 휘트니스 클럽에 가도 이러한 현상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요금 제도는 월회비, 6개월 회비, 1년 회원 등으로 단순화되어 있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이것저것 서비스 조건을 다르게 조합하여 다양한 가격 체계를 제시하곤 한다. 1개월에 168위안, 298위안, 3개월에 588위안, 6개월에 988위안 등등…요금 체계를 다 이해하려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올 지경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러한 중국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대부분의 산업에서 치열한 브랜드들이 격전을 벌이고 있다.
과당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기 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더욱 중국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사업 포트폴리오의 폭을 좁히고, 단위 사업 내에서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본질적 특성 파악이 성공의 핵심 요인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속도만큼 중국 비즈니스 환경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빨리 변하는 것은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아닌가 싶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중국은 기회의 땅이며, 한국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낙관적 견해가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지면을 장식한 중국 관련 기사들은 ‘중국발 디플레이션’, ‘위안화 절상 리스크’, ‘블랙홀’ 등등 비관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3년 만에 중국이 희망에 땅에서 황량한 회색 도시로 변한 듯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중국의 변화는 우리의 인식의 변화만큼 진폭이 크지 않다. 오히려 중국의 변화는 상당히 점진적이고 꾸준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위기는 어느 시장에나 존재하며, 기회가 많은 시장일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기 마련이다. 모두 예측 가능한 수준의 위험이다. 위기일수록 본원적 전략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중국 소비자의 본질적인 소비 성향을 파악하고 차별적이고 우월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기업만이 중국 시장에서 웃을 수 있는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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