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정서/고향시절

[스크랩] ------ 歸 鄕 ------

zarashin 2010. 3. 11. 15:52

      歸 鄕 글/ 카덴자 바래기풀 쇠비름 가득한 풀밭너머로 고향하늘이 보인다 머리엔 온통 뜨거운 햇볕을 뒤집어쓰고 아이들없는 마을은 무덤덤하게 칠월을 맞는다 그래도 산이며 들이며 짖푸른 녹음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생명력과 푸르름의 연속이다 마을 어귀 어른 네다섯 아름쯤되는 해나무가 베어진 자리는 조그만 고주배기 하나 외롭게 앉아있다 糞내나는 퇴비장너머 뽀얀 종아리가 예쁜 옆집 누나는 지름재 고개넘어 명가울로 시집간지 오래고 이제는 인적없이 잡초만 무성해진 옛집----- 부서진 부엌문을 열고 나오시던 어머니가 어느샌가 산비탈 돌투성이 뜨징이 콩밭에서 호미질을 하고 계신다 흙빛 그대로인 얼굴이 빨갛게 익어있다 밭가생이에는 고염나무 한그루 칡넝쿨을 덮고있고 멍가나무도 겁없이 밭고랑을 넘본다 이빨빠진 보습 극징이 지나간자리 벌써 쇠뜨기 한뼘이고 뱀허리처럼 구부러진 밭이랑이 어머니 주름살만큼이나 쇠잔하다 당신 돌아가신지 수삼년이건만 녹이슨 삽한자루 세워놓고서 아직도 그렇게 뜨징이 밭을 지키고 있다 실개울 건너에선 칠월 초이레의 따가운 햇살아래 푸장나무 한짐 가득지고 터벅터벅 내가 내려오고 있다 짓눌린 어깨가 지금까지의 삶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워 보인다 흘러내린 땀방울은 인생이되고 靑春이되고 허연 소금이되고------ 그래도 집앞의 오얏나무가 싱그러울때쯤엔 쬐그만 나무꾼의 꿈도 함께 영글어 갔다 물고구마 찐옥수수 한소쿠리가 점심으로 다였지만 그런 그리운 시절을 어찌 잊으랴! 건망증 많은 청설모 덕에 떨어진 밤한톨 주워 깨어문 입술이 달콤하다 제가지가 부러지는줄도 모르고 무섭게 달린 장둥감나무꽃이 걱정스럽다 이른 가을 뜨거운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사정없이 익어 버리겠지 빨간 속살을 드러내며------ 집똥가리 밑에 묻어둔 밀주 한잔이 그립다 손때묻은 문설주 닳아빠진 툇마루 내영혼을 담아두었던 그집------- 방두칸 8남매가 지극히 아주지극히 인간적인 부딪힘으로 커나온 세월들은 사랑으로 점철된 하나의 인생축제였던 것이다 굴뚝위로 저녘연기가 피어오르고 가마솥 쇠죽이 펄펄끓어오르면 활활타오르는 아궁이 청솔가지 불처럼 사랑이 궁금한 숫총각 가슴에는 밑으로부터 치받쳐오르는 사랑의 열병은 깊어만 갔다 서글픈 회한의 뒤안길이 아닌 꿈으로 가득찼던 젊은 시절의 발자취가 너무도 소중하고 버릴수없는 마음의 양식이되고 화려한 귀향은 아니지만 조용한 안식의 귀향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 내일 아침에도 일찍일어나 당신과 함께 들깻모라도 이식해봐야겠다

출처 : 석송국민학교21회
글쓴이 : 카덴자봉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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