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스크랩] ** 서 낭 당 **

zarashin 2010. 2. 17. 13:24
       
              서 낭 당
                           글/임 봉 수
      청룡 백호 성황신님
      현무 주작 천지신님
      비나이다 비나이다
      부지불식간에 지은죄
      도통 무식한죄까지도 턱턱 갈라진 손마디 합장하여
      하느님께도 빌었고 부처님께도 빌었고
      나무신께도 빌었고
      막무가내 앉아있는 바위신께도 빌었겠다
      파란 저고리 빨간치마입은 서낭당이 무겁게 앉아있다
      돌하나 얹어놓고 서울갔다 돌아온다 다짐하고
      된 마음하나 얹어놓고 야반도주 
      석삼년후에 돌아와 꼭 갚겠다 하고
      금줄에 흰천조각 걸어놓고서 보따리 싸들고
      흙밖에 파먹을것 없는 궁색한 마을로
      들어오는 청춘들을 무수히 지켜 봤으렷다
      그뿐이랴
      노름돈 밑천만들려 자기집 볏가마 훔쳐내는 
      상판대기도 봤을것이고
      바람피우다 들켜 게타리 추키지도 못하고  도망치던
      여편네 허연 볼기짝까지도 훔쳐봤을 것이렷다
      싸전골목 장돌뱅이 소금장수도
      상여집에서 색동옷 갈아입고 
      부잣집 망나니한테 팔려가던 분녀도
      부잣집 대소사를 훤히꿰뚫고 
      나름대로 哲學냄새나던 정안 거지 유병태도
      수북히 쌓인 돌무더기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머리를 조아렷겠다
      눈쌓인 정월보름 싸늘한 달빛이 눈처럼 창백해지면
      동티를 일으키는 도깨비神은 심통이 사나웠었다
      밤새도록 마루밑을 우당탕탕 두들겨 댓으렷다
      떡한그릇 안내놓으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겠단다
      길흉화복이 한손에 달렸으니 누군들 두렵지 않으랴
      바소쿠리 가득 제물을지고 정성스레 소지까지 올리며
      洞祭를 지내는 늙은이의 진지한 눈빛이 처연해
      어린꼬마는 추위도 잊은채 숨조차 쉴수가 없으렷다
      부뚜막 정한수 위로 끄을음과 잿티가 올라앉고
      자식 잘되라는 주문만 윙윙거릴뿐
      합장으로 진지했던 거친손은 간곳없고
      눈 부릅뜬 장승도 궁둥이썩어 문들어졌고
      온갖 잡신 물리쳤던 
      마을어귀 상여집근처 흔적없이 외롭다
      도깨비잔치도 끝이난 것이렷다
      언젠가 坐向보는 쇠 하나들고 명당자리라 우기는
      돌파리 풍수쟁이가 배산임수가 썩좋아 
      흥할 동네라 했으렷다
      4차선 고속도로 이마턱에 걸처있으니
      눈이 답답해 소화가 될리가 없다
      내일아침 한시간도 일찍 
      찬란한 어둠을 몰아내는 기분나쁜 해가 떠오르렷다
      멀리 서낭당 고샅에 먹구름이 덮여있다
      
출처 : 석송국민학교21회
글쓴이 : 카덴자봉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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